미 의회의 대표적 지한파 인사인 찰스 랭글(82ㆍ민주) 하원의원이 26일 민주당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승리했다. 그의 뉴욕시 지역구는 민주당 성향이 강해 11월 선거에서 무난히 22선 고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랭글 의원은 이번 경선이 42년 정치 역정에서 최대 고비였다. 그는 2006년 흑인 사상 처음으로 막강 권한의 하원 세입위원회 위원장에 올랐으나 2010년 윤리규정 위반 사건으로 물러났다. 여기에 건강마저 나빠졌고, 선거구 재조정으로 흑인이 아닌 히스패닉이 유권자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변화가 생겼다. 이전 지역구는 흑인 집단 주거지인 할렘이어서 40년 동안 경선조차 치러지지 않았다. 이번 경선에서는 랭글 의원에 맞서 흑인 3명과 히스패닉 1명의 후보가 출마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나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랭글 의원 지지를 표명하지 않았다.
위기의 랭글 의원을 구해낸 사람은 어린 시절 그를 버린 부친이었다. 푸에르토리코계인 친아버지에게 히스패닉의 피가 섞여 있다는 게 히스패닉들의 표심에 영향을 미쳤다. 결국 랭글 의원은 45%를 득표하며, 히스패닉인 애드리아노 에스파이아트 뉴욕주 상원의원을 5%포인트 차로 따돌렸다.
어려서 뉴욕시 브롱스의 친척집에서 자란 랭글 의원은 고교 중퇴 뒤 군에 입대해 한국전쟁에 참전했다. 중공군에 포위된 전우 40여명을 구해내 동성무공훈장을 받았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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