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원자력기구(IAEA)는 4일부터 11일까지 고리 1호기 정전사고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특별 안전점검을 실시했다. 점검단은 "2월 발생한 정전사고 원인이었던 비상디젤발전기를 포함한 발전소 설비 상태가 양호함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고리 1호기의 설비 안전성은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셈이다. 하지만 지역 환경단체나 일부 시민단체들은 이 같은 IAEA의 안전점검 결과 자체를 부인하면서, 설계수명이 끝난 '고물 원자로'를 철거해야 한다는 왜곡된 주장을 펴고 있다.
IAEA는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원자력 관련 시설의 설치와 관리 등을 위해 설립된 유엔 산하의 탈정치적 독립기구다. IAEA는 원자력 안전에 대해 객관적, 과학적 진단을 거쳐 안전성 여부를 판단한다. 1983년 이후 전 세계적으로 160여회 안전점검을 실시했으며, 심각한 문제가 발견되는 경우 보고서에 기술하고 해당국가에 조치를 권고해왔다.
실제 IAEA는 안전점검을 통해 91년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1~4호기에 대해 즉시 운전정지, 그리고 98년 카자흐스탄의 BN350 원전에 대해선 폐쇄를 요구한 바 있다. 이처럼 국제 규제기관으로서 객관성과 신뢰성을 확보한 IAEA가 고리 1호기의 안전성을 확인한 것이다.
원전의 설계수명이란 안전성과 기술성을 근거로 해서 결정된 것은 아니다. 초기 설계단계에서 추정한 보수적인 예측치일 뿐이다. 자동차를 무리하게 운행하지 않고 정기적으로 잘 정비하면 훨씬 오래 탈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원전도 절차와 기준에 의해 철저하게 관리하면 설계수명보다 더 오래 쓸 수 있는 것이다. 고리 1호기와 똑같은 외국 원전의 설계수명은 우리보다 긴 40년이며, 미국은 운영기간을 추가로 20년 연장해주고 있다.
고리 1호기는 지속적 설비개선을 통해 증기발생기와 터빈 등 주요기기 모두를 교체했다. 사람으로 비유하면 혈관계통과 장기를 모두 새 것으로 바꾼 것이나 다름없다. 그 결과, 고리 1호기는 2008년 계속 운전이 시작된 이후 연료를 공급해 다음 연료 장전시까지 약 1년 6개월 동안 단 한 번도 고장이 없는 '연속 무고장 안전운전'을 3차례나 달성, 운전 정비 안전관리 등 모든 분야에서 우수한 운영능력을 입증했다. 그럼에도 고리 1호기를 '고물 기계'로 취급한다면, 과연 타당한 주장일까.
특히 최근 발표된 환경단체의 '고리(영광) 원전 사고피해 모의실험 결과'는 국내 원전에서 전혀 발생할 가능성이 없는 상황을 가정했다. 기본적으로 국내 원전은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 원전과는 노형이 전혀 다르고, 격납건물이 구조적으로 훨씬 더 견고하다. 따라서 '최대 85만명 인명피해와 628조원의 경제적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환경단체의 산출결과는 터무니 없는 주장이 아닐 수 없다. 예컨대 청산가리 치사량이 0.15g이므로 1톤의 청산가리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한다면 600만명 이상의 인명피해가 발생한다는 논리를 과연 타당하다고 해야 할까.
지난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독일을 비롯한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신규 원전건설 중지 및 기존 원전의 단계적 폐쇄 등 반 원전정책이 주류를 이뤘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상당수 국가들은 원전유지정책으로 속속 돌아서고 있다. 사고 당사국인 일본조차도 16일 오이 원전 3,4호기를 내달부터 재가동하기로 결정했고, 2022년까지 원전을 완전 중단키로 한 독일에서도 막대한 비용문제로 일부 원전을 당분간 유지해야 한다는 현실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 때 이른 무더위로 전력난이 극심해지면서 고리 1호기의 재가동 여부에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제기구의 점검결과 설비상태의 양호함은 이미 확인됐다. 막연하고 비현실적인 원전 위험성만을 계속 주장해 귀중한 국가자산을 포기할 것인가, 아니면 우리 원전의 안전성에 신뢰를 갖고 조속히 고리 1호기를 재가동할 것인가. 이제 선택은 우리의 몫이다.
*이 글은 21일자 32면 홍창의 관동대 교수의 '고물 원자로를 방치한다면'제목의 시론에 대한 반론입니다.
김원동 한국수력원자력 안전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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