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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김정은식 글라스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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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김정은식 글라스노스트

입력
2012.06.27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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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이 사망한지 6개월이 지났다. 100일간의 애도기간을 마치고 공식승계 절차를 마무리한 김정은 체제의 윤곽도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20대 후반의 카리스마가 부족한 한반도 절반의 새로운 상속인 김정은이 어떤 리더십을 보여줄지,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출범 초기 외부 세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강행했던 로켓발사 때문에 '그 나물에 그 밥'이란 식으로, 김정은도 김정일과 같은 리더십 스타일을 보여줄 것이란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리더십 스타일은 김정일과도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광명성 3호 인공위성' 발사는 아버지의 유훈사업으로 할아버지 100회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오래전에 기획된 프로젝트라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이후 지금까지 김정은 체제는 말로 하는 위기 조성을 계속하고 있지만, 3차 핵실험이나 무력도발은 하지 않겠다고 공언하고 인민생활향상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김정은 체제가 공식화한 이후 김정은의 통치행보는 과히 파격적이라고 할만하다. 로켓발사 실패 시인, 공개 연설과 아버지 시대에 대한 반성, 관리들에 대한 공개 질책, 주민들과의 접촉 확대 등은 김정일 시대 '은둔통치', 비밀주의와는 대조적인 통치스타일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고르바초프시대 글라스노스트(개방정책)를 연상하는 정보공개와 거침없는 행보는 김정은 시대 새로운 통치스타일을 예고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김정일의 경우 대중 앞에 드러나기를 싫어했고 대중연설도 하지 않았다. 통치활동과 관련해서도 비밀주의와 신비주의 통치 스타일을 유지했다. 김정일은 식량난 등 북한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이유를 내부에서 찾기보다는 미국과 남한 등 외부세계의 적대시정책, 고립압살정책의 결과라고 하면서 경제실패의 책임을 외부의 탓으로 돌렸다. 김정일 시대 북한은 두 차례 인공위성 발사 실패에도 불구하고 이를 인정하지 않고 '성공'했다고 선전했다.

김정일은 북한이 지구의 중심이라는 과대망상증에 빠져 북한이 세계를 쥐락펴락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툭하면 국제사회의 규범을 무시하고 충격요법을 통한 국면전환을 꾀했다. 불시에 미사일 시험발사와 핵실험을 강행해 외부세계에 충격을 주고 관심을 끌고자 했다

김정일은 은둔통치를 통해서 주민들에게 신비감을 불러일으키는 통치기법을 활용했다. 김정일의 통치행보와 관련해서 북한 언론이 실시간으로 생중계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김정일의 북한 언론 노출은 현지지도나 해외방문 이후 영화로 제작해서 육성 공개 없이 아나운서가 동정을 소개하는 형식을 취했다. 북한 언론들이 김정일의 동정을 보도할 때에도 동영상을 사용하는 경우는 드물고 주로 사진을 사용했다.

김정은은 아버지와 달리 공식승계를 마무리한 직후 곧바로 대중 앞에 나타나 지금까지 두 차례 공개연설을 했다. 김정은이 김일성을 연상시키는 외모와 어투로 공개연설을 하고 이를 북한 언론들이 생중계함으로써 대중지도자의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있다.

북한 언론에 비친 김정은이 잡풀을 뽑는 모습과 관리들을 질타하는 모습은 김정일 시대에는 볼 수 없었던 파격적인 행보라고 할 수 있다. 북한 언론들이 이 장면을 보도한 것은 그동안 만연해 왔던 관료주의와 형식주의를 방치하지 않겠다는 김정은의 의지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다. 수령제 국가에서 수령이 직접 풀을 뽑는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언론들이 이를 공개한 것은 김정은 제1비서가 아주 사소한 일이라 하더라도 꼼꼼히 챙기겠다는 의지를 내비쳐 관료들을 다잡고 주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는 시도로, 김정일 시대와는 상당히 대조적인 모습이다.

김정일은 공개연설을 하지 않고 막후에 숨어서 '리모트 컨트롤'하듯이 주민들을 동원하고, 통치행위에 대한 책임도 지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비해 김정은은 공개연설과 공개행보를 하면서 통치행위에 책임지겠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김정은이 통치행위의 공개성과 투명성을 보이려고 노력하고 인민생활향상에 주력함으로써 아버지와 차별화된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까지 보여준 김정은의 대중친화적인 리더십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연출'이 아닌 실제 행동과 정책으로 구체화하고 실적으로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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