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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혹 네 남자의 거부할 수 없는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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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혹 네 남자의 거부할 수 없는 유혹

입력
2012.06.27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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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신사의 품격'(이하 신품)이 주말 안방극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고등학교 남자 동창 4명이 마흔한 살 먹도록 자녀도 없이 한 가족처럼 지낸다는 비현실성 속에서 펼쳐지는 사랑이야기가 30, 40대 남성 시청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묘한 해방감까지 안겨 준다. 주말 저녁 외출은커녕 이 드라마를 보겠다고 초등학교 자녀와 리모콘 쟁탈전을 벌이는 남성들이 속출하고 있다.

'신품'이 시작부터 인기몰이를 한 건 아니다. 지난해 초 최종회 시청률 35.2%(AGB닐슨)를 기록한 '시크릿 가든'의 김은숙 작가, 신우철 PD 콤비와 '조각 미남' 장동건의 복귀작으로 방송 전부터 쏟아진 관심에 비하면 초반 시청률 14%는 거의 실망 수준이었다. 같은 시간대 경쟁 드라마 MBC'닥터진'과 비교해서도 별로 나을 게 없었다.

하지만 시청률은 회를 거듭하면서 수직 상승하고 있다. 지난 24일에는 20% 고지에 올라 주말 예능 최강자 KBS 개그콘서트(18%)를 꺾었다. 시청자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꿰뚫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는 김 작가의 '내공' 덕에 시청률은 후반부로 갈수록 더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시크릿 가든'이 그랬다.

이 드라마는 등장인물부터 발칙하다. "내가 번 돈을 아내 혹은 아이와 나눠 쓰기 싫어서" 독신남이 된 김도진(장동건), "인생은 어차피 이판사판 공사판"이라는 '쿨'한 순정마초 임태산(김수로), 연상의 아내 눈을 피해 수시로 여성들을 유혹하고 다니는 이정록(이종혁) 등 주인공 중년 남성들은 외모만 신사지 행동은 거의 소년이다. 아내와 사별한 최윤(김민종)이 무게를 잡는 듯 보이지만 커피숍에서 소녀시대 수영을 보고는 빛 같은 속도로 달려가 재롱을 떠는 인물이다.

체면 몰수하고 상상을 행동으로 옮기는 이 극중 인물들에게서 남성들은 묘한 대리만족을 느낀다. 4명을 하나 같이 '자녀 없는 40대'로 설정해 가장과 아버지의 역할이 주는 부담을 덜어낸 것도 시청을 유인하는 요소다. 사랑이야기도 불륜 같이 탁한 소재는 쏙 빼고 짝사랑이 주인을 찾아가는 과정을 달콤 쌉쌀하게 그리고 있다. 김도진의 변함없는 사랑을 깨닫는 장면에서 서이수(김하늘)는 "당신의 마음을 받아들이겠어요" 하고 빤한 대응을 하지 않는다. 느닷없이 그가 앉아있는 카페 유리창에 대고 키스를 해버린다. 사랑 표현은 간접적이지만 오히려 더 강렬하다.

깨알 같이 드라마 구석구석 배치한 에피소드도 빼놓을 수 없는 인기비결. 장례식장, 당구장, 사우나, PC방 등에서 일어난 일을 짧게 소개하는 매회 프롤로그에는 유머가 넘친다. "난 선생이고 넌 학생이야"(드라마 '로망스' 대사) "아부지 뭐하시노"(영화 '친구') "당신께서 저한테 네 죄가 무엇이냐고 물으신다면 그 사람을 만나고…"('약속') 등 영화를 패러디한 대사들도 쿡 하고 절로 웃음이 나오게 만든다. 대화를 "…걸로"라고 끝내는 장동건의 건방 떠는 말투에는 '걸로체'라는 이름까지 붙었다.

하지만 드라마에서 장동건의 노출이 반복되는 것에는 시선이 곱지 않다. 윤석진 충남대 교수(드라마 평론가)는 "이야기 전개와는 상관 없이 남성을 벗기는 일이 잦다"면서 "대상을 과거 여성에서 남성으로 바꿨을 뿐 등장인물을 성적인 대상으로 취급해 관음증을 조장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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