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천벽력이었다. 중학교 3학년인 둘째 재국이는 10년 전 근이영양증 선고를 받았다. 근이영양증은 근육이 점점 굳는 희귀 난치성 질환. 이후 아버지 배종훈(46)씨의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첫째 은비가 뇌종양, 막내 예림이가 반안면왜소증에 걸렸다. 반안면왜소증 역시 희귀질환으로 얼굴뼈가 정상적으로 자라지 못해 한 쪽 얼굴이 작아지고 턱이 돌아가는, 얼굴이 비뚤어지는 병이다. 밤 11시 40분 KBS 1TV '현장르포 동행'은 꿈꾸는 가족, 종훈씨네 모습을 담았다.
세 아이의 투병이 시작되면서 배씨가 운영하던 신발공장은 문을 닫았다. 엄마 승미(44)씨가 초등학교 급식소 등에서 일을 하지만 집주인이 올려달라고 한 전세금을 마련하지 못하면 이사 가야 할 판이다. 하지만 종훈씨에겐 꿈이 있다. 재국이와 함께 미국 대륙 횡단을 하는 일이다.
운동회 날 혼자 나무 밑에 앉아 있는 재국이를 보며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한 종훈씨는 재국이와 벌써 네 번이나 국토종단에 성공했다. 휠체어 탄 재국이가 잘 할 수 있을까 생각했지만 괜한 걱정이었다. 재국이는 태어나서 가장 밝은 표정으로 매 순간을 즐겼고, 이제 부자(父子)는 미국 대륙횡단을 꿈꾼다.
자유의 여신상과 그랜드 캐니언이 보고 싶다는, 근이영양증을 앓는 다른 이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 싶다는 재국이. 하지만 근육이 점점 더 빨리 굳고 있어 내년엔 스스로 전동휠체어를 움직일 수 있을지조차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다. 재국이는 꿈을 이룰 수 있을까.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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