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이모로부터 전화가 왔다. 올해 대학생이 된 사촌동생에게 갖고 있는 가방 하나만 주면 안 되겠냐는 게 말의 요지였다. 이모도 참, 대학교 1학년이 책가방 메면 되지 무슨 어른 가방씩이나. 명품 가방을 선물로 달라는 얘기임을 바로 알아들은 나는 어떻게든 뺐기지 않기 위해 일장 연설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수업 시간에 얼굴은 스물인데 명품이랍시고 마흔넷 엄마 가방 들고 오는 애들이 난 가장 촌스럽더라. 더 웃긴 건 그게 안 예쁘다는 걸 정작 본인들은 모른다는 거지. 한때 가방 사들이기에 혈안이던 내가 있었다. 맘에 드는 걸 발견하면 어떻게든 돈을 모아 매장으로 달려가곤 했던 거다.
그런데 막상 내 수중에 들어오면 메기보다 더스트 백에 담아 처박아두기 일쑤였다. 수십 개면 뭐하나, 우리의 어깨는 끽해야 둘뿐이었던 것을. 후에 나 같은 여자들을 일컬어 된장녀라고 부르는 걸 알았다. 물론 명품을 좋아하는 건 맞으나 된장녀와의 차이라면 애인이 없고 애교가 없어 나는 내 능력껏 사들인 것 정도랄까.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도 못한다 해서 된장녀였는지는 모르겠으나 요즘의 신조어로 간장녀가 거론되고 있다기에 피식 웃고 말았다. 말 그대로 짠 여자란 뜻 아닌가. 나 참, 누가 짜고 싶어 짠가, 짜게 만드니까 짜진 거지. 된장도 간장도 그 소비 패턴을 조정하는 건 우리 같은 여자들이 아니라 뒤에 숨은 경제계의 큰손들이거늘, 이제 남은 건 쌈장녀뿐이군.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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