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수산시장이나 지방 항구에 들어서면 심한 비린내와 악취가 진동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지난 19일 찾은 스페인의 최대 항구 비고 어항에서는 역한 냄새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비결은 위생을 중시하는 스페인과 유럽연합(EU)의 선진 유통관리 시스템 덕분.
한국에선 비좁은 공간 탓에 배에서 내려서 한 번, 차에 싣기 전에 또 한 번 바닥에 생선들을 쏟아 분류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비고항의 경우 생선을 배에서 내려 경매하고 차에 싣는 과정까지 절대 바닥에 쏟지 않았다.
신영태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은 "선심을 쓴답시고 배에서 경매장으로 넘길 때 상자 높이보다 훨씬 높게 생선을 쌓아 주는 우리의 '고봉 입상(入箱)' 관행도 밑부분 생선들이 터지게 하면서 역한 냄새를 유발하는 주범"이라고 지적했다.
또 경매 후 소매상들이 생선을 차에 싣기 전 깨끗한 물로 일괄 세척하는 시설이 어시장 내부에 설치돼 있는 점도 한국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비고항은 생선을 담는 플라스틱 박스에 바코드까지 부착해 관리하는 한편, 박스를 사용할 때마다 매번 수거해 60~70도 고온으로 세척까지 하고 있었다. 신 연구위원은 "악취 관리도 선진 수산으로 가는 중요한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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