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맨' 김병일(55)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이 홍콩에서 숨진 채 발견돼 사망배경을 놓고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김 전 사무처장은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직시절 대변인을 지낸 인물로 지난 4ㆍ11 총선 당시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경찰의 수배를 받고 있었다.
26일 경찰에 따르면 김 전 사무처장은 지난 24일 자신이 머물던 홍콩의 한 호텔에서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김 전 사무처장은 평소 가족과 하루 서 너 차례 통화했지만 24일 아침 전화를 한번 한 이후 계속 연결이 안됐다. 이를 이상하게 여겨 홍콩으로 건너간 부인과 딸이 현지경찰과 함께 호텔로 들어가보니 김 전 사무처장이 숨져 있었다는 것이다.
현장에서 유서가 발견됐지만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특별한 외상이 없는 점에 따라 홍콩 경찰은 자살로 추정하고 있다.
의문은 과연 무엇이 김 전 사무처장을 자살에까지 이르게 했느냐는 것이다. 김 전 사무처장은 지난 총선을 앞두고 정우택 새누리당 의원(청주 상당구)에 대한 '성매매 의혹'을 제기하는 내용의 블로그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연결시켜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는 혐의로 경찰조사를 받아왔다. 지역 정가에서는 김 전 사무처장이 충북 청원에 공천을 신청했으나 정 의원의 측근에 밀려 낙천한 것을 이유로 관계가 좋지 않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김 전 사무처장은 허위사실 유포 혐의와 관련, 지난 3월 충북경찰청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해 "나는 모르는 일"이라며 "누군가 내 페이스 북을 해킹한 것 같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해킹 흔적을 찾지 못한 경찰은 추가 조사를 위해 여러 차례 출석을 통보했지만, 김 전 사무처장은 자신이 속해 있는 로펌의 지사 설립 준비를 이유로 홍콩에 머물면서 소환에 응하지 않았다. 경찰은 결국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수배조치 했다.
이러한 경찰의 압박에 김 전 사무처장이 심리적 압박을 느낄 수는 있지만 혐의를 받고 있는 허위사실 유포죄 자체가 중한 죄도 아니어서 자살동기로는 왠지 석연치 않다는 얘기도 나온다. 문제는 김 전 사무처장 페이스북에 연결시킨 블로그 글의 원 작성자가 부산 저축은행 비리에 연루된 전 새누리당 의원 보좌관의 친인척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이 친인척의 블로그에도 동일한 글이 올라 있었다. 이와 관련, 검찰 관계자는 "저축은행 비리와 관련해 김 전 사무처장의 이름이 거론된 적은 한번도 없다"며 "다만 친인척 블로그에 문제의 글이 올라와 있어 경찰에 통보해 줬을 뿐"이라고 말했다.
김 전 사무처장의 돌연한 자살동기는 결국 유서를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경찰이나 가족은 아직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정우택 의원실 관계자는 김 전 사무처장의 사망 소식에 "많이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홍콩 현지 공관에서 유가족과 시신 인도문제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청주=한덕동기자 ddhan@hk.co.kr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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