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해운업체 대우로지스틱스가 싱가포르와 영국령버진아일랜드(BVI) 등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2,000억원대의 불법외환거래를 해오다 적발됐다.
관세청은 26일 국외 투자를 가장한 불법외환거래 및 재산도피 혐의가 있는 10여개 업체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대우로지스틱스는 2007년 국내 법인자금으로 구입한 선박을 파나마에 등록하고 운항수입 등 4,000만달러(약 464억원)를 빼돌려 싱가포르에 있는 페이퍼컴퍼니 P사의 비밀계좌에 숨겼다. 이어 같은 해 12월 이 돈을 BVI의 페이퍼컴퍼니 O사 등을 거쳐 세탁한 뒤 국내로 반입했다. 대우로지스틱스는 이런 수법으로 재산도피 565억원, 자금세탁 500억원 등 총 2,021억원의 불법외환거래를 한 사실이 확인돼 검찰에 고발 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관세청은 또 홍콩의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해 각각 403억원과 1,552억원의 불법외환거래를 해 온 이탈리아 명품 의료업체 한국지사와 자동차 부품업체도 적발했다. 이들은 한국보다 법인세율이 낮은 홍콩의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국내에서 과세돼야 할 돈을 해외로 빼돌린 후 자금세탁을 거쳐 국내에 들여오는 수법을 썼다.
이처럼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한 불법외환거래 적발건수는 2008년 2건(156억원)에서 지난해 7건(1조2,302억원)으로 급증했으며, 올 상반기만 5건(3,023억원)에 달한다. 이에 따라 관세청은 내달부터 연말까지 홍콩을 중심으로 한 불법외환거래를 집중 단속할 계획이다.
이근후 관세청 외환조사과장은 "미국과 벨기에 등의 기업정보 전문회사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한국과 거래하는 해외 소재 기업들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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