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의 고속 성장기가 사실상 끝났다는 경고가 중국 정부 관리의 입에서 나왔다.
신징(新京)보 등 중국 언론은 117개 중앙 국유기업을 관리 감독하는 국무원 산하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국자위)의 샤오닝(邵寧) 부주임이 "중국 경제가 30년 동안의 고속 성장을 경험한 이후 위축기에 들어서기 시작했다"고 말했다고 26일 보도했다. 샤오 부주임은 최근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중앙기업강화기초관리공작현장회에 참석해 이렇게 말한 뒤 "중앙 국유기업은 앞으로 3~5년의 혹한기를 견딜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왕융(王勇) 국자위 주임도 앞서 3월 "경제 상황이 악화하는 만큼 국유 기업들은 관리를 잘해서, 위험한 곳을 찾아내고 더 큰 출혈을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중앙 국유기업의 올해 1~4월 영업이익 누계액은 6조7,691억위안(약 1,233조원)으로 지난해보다 11.4% 늘었지만 같은 기간 순이익 누계는 2,533억위안(약 46조원)으로 13.2% 감소했다. 중앙 국유기업은 지난해 전체 순이익이 9,173억위안(약 167조원)으로 전년대비 6.4% 증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이는 4조위안(약 728조원)에 이르는 정부의 내수 진작 지출과 투자 덕분이었다는 것이 일반적 분석이다. 이에 따라 부양 효과를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고 외부 상황마저 악화하고 있는 올해는 이들 기업의 이익 감소폭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중국 경제 전체가 경착륙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HSBC가 최근 발표한 중국 제조업체의 6월 신규 수출주문지수는 45.9로, 2009년 3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미국과 유럽의 경기가 부진에 빠지며 신흥 경제권의 수출 수요마저 감소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국 정부는 수출에만 기댈 수 없다며 내수 진작을 시도하려 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지난달 소매 판매액은 1조6,715억위안(약 304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8% 느는데 그쳤다. 지난해 12월 18.1%를 기록한 소비증가율은 1월 14.7%, 3월 15.2%로 계속 내리막이다. 전자제품이나 자동차를 사면 보조금을 주는데도 이 정도다. 그렇다고 무작정 돈을 풀 수도 없다. 이번 가을 새 지도부를 뽑는 중국공산당 제18차 전국대표대회를 앞둔 상황에서 물가 상승만은 억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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