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가까이 국립공원 케이블카 설치를 추진해온 지리산과 설악산이 시범사업 선정 과정에서 모두 탈락했다. 그러나 환경부가 재심사 기회를 주고 지역 주민들은 뜻을 굽히지 않고 있어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환경부는 26일 국립공원위원회를 열고 케이블카 시범사업을 심의한 결과, 지리산 권역인 전남 구례와 전북 남원, 경남 산청ㆍ함양, 설악산 권역인 강원 양양, 월출산 권역인 전남 영암 등 6개 지자체가 제출한 공원계획 변경안을 모두 부결시켰다. 다만 경남 사천시가 제출한 한려해상국립공원 케이블카 설치 계획안은 승인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이들 지자체는 구체성이 떨어지는 부실한 사업계획서와 심의 기준인 환경성, 공익성, 기술성, 경제성 등에 모두 문제가 있었다. 규정상 주요 봉우리에 케이블카 설치가 금지돼 있는데 강원 양양군은 설악산 정상과 케이블카 노선이 근접하도록 계획안을 제출해 탈락했다. 지리산 권역은 시범사업에 선정될 경우 해당 지역에만 등반객이 쏠리는 등 지역 갈등 문제가 심화될 우려가 높아 공익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해당 지자체가 이런 부적합 사유를 해소하고 검토 기준에 맞는 사업계획을 제시할 경우 재심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 시한은 밝히지 않았다.
지리산, 설악산과 달리 월출산은 재심사 기회도 얻지 못했다. 월출산은 연간 34만명이 찾을 정도로 등반객이 적어 케이블카 필요성이 작고 케이블카가 주변 경관을 해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이유다. 한편 한려해상은 국립공원구역 내 케이블카 구간이 300m로 환경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미미해 무난히 통과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이날 성명을 내고 "오늘 결정은 우리나라 국립공원에 더 이상 케이블카가 필요 없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줬다"며 "역사와 미래세대에 부끄럽지 않은 결정을 했다"고 환영했다.
그러나 2010년 환경부가 자연공원법 시행령을 개정해 케이블카 노선 길이를 연장하는 등 규제를 푼 이후 이어져온 케이블카 설치 논란은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지리산과 설악산 권역이 이번에 제출한 자료에서 부실한 부분을 보완해 재신청하는 건 시간문제인데다 그럴 경우 환경단체 등의 반발은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유치위원회 김현수 공동위원장은 이날 "국립공원위원회의 이번 결정에 지역주민들은 실망스러움을 금치 못한다"며 "조건부 부결인 만큼 보완해야할 사항은 보완해 케이블카 설치를 재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환경부도 '등반객의 과도한 입장을 관리할 효율적 방안이 케이블카 설치'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2007년 국립공원 입장료가 폐지되면서 국립공원 등반객이 2,600만여 명(2006년)에서 4,200만여 명(2010년)으로 늘어 등산로 훼손이 심각해진 상황에서 환경부는 케이블카 설치를 환경 보호와 관광객 유치의 대안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반대의 목소리도 높다. 경제성을 고려하면 케이블카에 많은 인원을 태워야 하고 그럴 경우 상부시설이 넓어져 주변 지역 훼손도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장하나 민주통합당 의원은 25일 '국립공원 케이블카 선정 중단 촉구 결의안'을 제출했다. 이에 대해 백규석 환경부 자연보전국장은 "환경성과 경제성의 측면에서 모순된 점은 있지만 추후 환경영향평가 등을 통해 보완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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