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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딩양식 선진국 포르투갈을 가다/ 상상력+기술… 대박 물어 온 '빌딩産 광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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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딩양식 선진국 포르투갈을 가다/ 상상력+기술… 대박 물어 온 '빌딩産 광어'

입력
2012.06.26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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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대서양과 접한 포르투갈의 토레이라 지방. 해변에서 500㎙쯤 들어간 소나무숲 한 가운데 세계 최고 수준의 빌딩양식장이 힘차게 모터를 돌리고 있었다. 겉보기에는 다소 허름한 단층 건물이지만 내부에는 5층 구조의 가로 3㎙, 세로 60㎙ 짜리 플라스틱 수조가 4열이나 가득 들어차 있다. 이곳에서 길러 수출하는 가자미와 넙치(광어)는 연간 400톤 수준. 5월 말 현지에서 가자미 성어 1㎏이 11유로30센트에 거래됐다고 하니 연간 452만유로(약 65억5,000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셈이다.

매출이 이렇게 엄청난데도 양식장 유지에 들어가는 비용은 고작 전기료와 사료비 정도다. 생물학자 1명을 포함한 9명의 직원이 24시간 교대로 시설을 돌보기 때문에 인건비 부담도 낮다. 양식장(아쿠아크리아ㆍAquacria) 홍보 담당인 주아오 실바씨는 "수익성이 워낙 좋아 향후 5년 안에 투자금을 다 뽑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빌딩양식장의 성공비결은 오존(O3)을 사용한 바이오필터에 있다. 한 번 끌어들인 바닷물을 계속 순환시키며 필터로 걸러 반영구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외부에서 오염물질이나 병균이 침투할 확률이 낮다. 건물 내부인 만큼 온도 관리도 쉬워 물고기 폐사율은 3%를 넘지 않는다. 10g짜리 치어를 들여와 판매 가능한 300g까지 키우는 데 걸리는 기간은 1년1개월 정도. 예전 1.5㎙ 깊이 단층 대형탱크에서 걸리던 1년5개월보다 훨씬 짧아졌다. 실바씨는 "지금은 매일 찌꺼기와 배설물 등을 배출하기 위해 전체 해수의 12% 정도를 교체하고 있지만 앞으로 이를 5%까지 낮추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포르투갈이 첨단 빌딩양식 기술을 갖추기까지는 시련도 많았다. 16년 전 양식장을 처음 세웠을 때만 해도 실패를 거듭했다. 오존의 최적 투입량이 얼마인지, 약품이나 사료는 무엇을 써야 하는지 등 현재의 기준은 반복된 실험을 통해 얻은 결과다. 양식장 관계자는 "작년에는 바닷물을 공급하는 해수관이 터져 한꺼번에 양식어 70%를 잃기도 했다"며 "이런 사고를 줄이는 것도 과제"라고 말했다.

양식 연구로 유명한 인근 아베이로대학과의 기술협력도 활발하다. 아마데우스 소아레스 아베이로대 생물학과장은 "유럽인들도 양식보다 자연산을 선호하지만 눈을 가리고 먹어보면 별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며 "양식 어류의 질을 높이고 사용 후 해수의 오염도를 낮추는 등 빌딩양식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연구에 주력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조 높이 등의 제약으로 아직은 납작한 어류 양식만 가능한 게 유일한 한계"라고 덧붙였다.

우리 농림수산식품부도 내년 중 서울 도심에 13층 규모의 빌딩양식장을 짓는다는 계획 아래 관련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소아레스 학과장은 "기술적으로 다층 구조의 양식수조를 쌓아 올리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다"며 "서울은 인천 등에서 바닷물을 실어 와야겠지만 초기 수질관리만 제대로 이뤄진다면 상용화가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빌딩양식

내륙의 다층구조 빌딩에서 대규모로 수산물을 키우는 신개념 양식 기술. 기존 해안 양식보다 물류비용과 환경오염을 크게 줄일 수 있어 선진국들이 경쟁적으로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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