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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위협하는 중국 기업들] 3> 스마트폰 다크호스-Z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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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위협하는 중국 기업들] 3> 스마트폰 다크호스-ZTE

입력
2012.06.26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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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시장의 경쟁구도가 바뀌고 있다. 중국 ZTE의 부상을 눈여겨 봐야 한다."

지난해 8월 홍원표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부사장은 매주 수요일 열리는 삼성그룹 사장단 회의에서 중국 휴대폰업체 ZTE(중흥통신)를 지목했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양강 구도 하에서 ZTE는 그다지 알려진 기업이 아니었으나 이미 세계 5위권에 진입한 상태였다.

이 경고는 기우가 아니었다. 지난해 4분기 ZTE는 세계 140개국 500여 통신업체에 휴대폰을 팔아 세계 4위로 올라섰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ZTE는 올해 1분기에도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삼성 애플 노키아에 이어 여전히 4위를 달리고 있다. 노키아의 추락세를 감안하면, ZTE의 3강 진입은 시간문제라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중국 선전(深圳)에 본사를 둔 ZTE는 원래 반도체 회사였다. 1985년 국영기업을 모태로 출발했으나 반도체 기술이 없어 전화기를 위탁 생산했다. 90년대 들어 통신장비 등을 개발하며 기술력을 쌓아 휴대폰까지 사업을 확대했다. 지난해 매출은 863억 위안, 순이익은 20억6000만 위안이다.

ZTE가 지난 10년간 구사한 전략은 중국 제품의 대명사인 '저가 전략'이다. 우리 돈으로 18만원대인 100위안짜리 저가 스마트폰을 만들어 아시아와 중남미 등 신흥 시장을 휩쓸었다. 심지어 북한도 평양 신의주 등에서 제한적으로 실시하는 3세대 이동통신용으로 ZTE의 'F160'휴대폰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바람에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건 노키아다. 노키아는 ZTE에 저가 제품 위주의 신흥시장을 빼앗기고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밀리면서 세계 1위에서 2위로 밀려났다.

그런데 이젠 세계 1위에 오른 삼성전자조차 ZTE를 만만하게 보지 않고 있다. ZTE의 전략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ZTE가 기술개발에 속도를 내면서 프리미엄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고가 제품군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이를 여실히 보여준 것이 올해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이동통신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다.

MWC의 메인 스폰서로 이름을 올린 ZTE는 메이저 업체들이 모인 8번홀에서 삼성전자 부스 옆에 나란히 자리를 잡아 달라진 위상을 과시했다. 이들은 자체 개발한 스마트폰용 쿼드코어 칩을 공개하고 올해 LTE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쉬리롱 ZTE CEO는 "올해 5,000만대, 2015년에 1억5,000만대의 스마트폰을 팔겠다"고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

의외로 ZTE의 기술력은 무시 못할 수준이 됐다. 세계지식재산권기구에 따르면 ZTE는 지난해 특허신청부문에서 2,826건으로 세계 1위에 올랐다. LTE분야에서도 2008년부터 집중 투자를 시작해 전세계 관련 기술특허의 7%를 보유하고 있다. ZTE는 중국 미국 인도 등에 15개 연구소를 두고 연간 수입의 10%를 연구 개발에 투자하고 있는데, 직원 8만5,000여명 가운데 3만여명이 연구인력이다. 지난달에는 세계에서 가장 얇은 6.2㎜ 두께의 스마트폰 '아테나'를 내놓기도 했다.

올해는 한국 시장까지 두드리고 있다. 기존 이동통신사에서 망을 빌려 사업을 하는 가상이동통신망업체(MVNO)들이 ZTE의 저가 휴대폰을 들여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래저래 국내 휴대폰업체들로서는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ZTE는 더 이상 저가ㆍ저기술의 업체가 아니다. 만약 브랜드 인지도까지 높이게 된다면 삼성전자 애플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조만간 치고 올라올 것"이라고 말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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