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한 해 1만명 안팎이 마약류 사범으로 적발된다. 실제 마약류 사용자는 훨씬 많아 국제약물중독학회는 3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환각성 유해물질 오남용자까지 포함하면 100만명으로 늘어난다. 최근에는 '좀비 마약'이라 불리는 베스솔트, 스파이스, 마야 등 신종 마약이 주부, 회사원, 학생 등 일반인에까지 유혹의 손길을 뻗치고 있다. 한국은 더 이상 '마약 청정국'이 아니다.
'마약 퇴치 전도사'로 불리는 김계남(69)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대구지부장은 그러나 "쉽지 않지만 마약은 충분히 극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20년 가까이 마약 퇴치를 위해 애쓴 공로로 26일 '세계 마약 퇴치의 날' 기념식에서 국민포장을 받은 그는 "흙탕물 웅덩이에 맑은 물을 계속 붓다 보면 맑아지는 것처럼 마약사범들이 경제적ㆍ사회적으로 각박한 환경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한 다음 꾸준히 치료를 한다면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마약사범을 '내 환자'라고 부른다"며 "마약 투약자를 무조건 범법자로만 볼 게 아니라 치료가 필요한 환자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1967년 대구가톨릭대 약대를 나와 대구 중구 삼덕동에서 40년 넘게 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김씨는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가 설립된 1992년부터 20년 동안 마약 퇴치에 앞장서 왔다.
처음 마약 퇴치에 나선 것은 거창한 뜻에서는 아니었다. 약사니까 약으로 인한 문제 해결에 작은 보탬이 되겠다는 생각이었다. '마음씨 좋은 동네 약국 아줌마'였던 그는 하지만 2004년 30대 초반의 임신부였던 마약투약사범 A씨를 만나면서 마약 퇴치에 몸을 던지기로 했다. 김씨는 재활교육을 하는 조건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A씨의 교육을 맡게 됐다. 태어날 아이를 위해서라도 마약을 끊어야 했던 A씨의 처절한 재활 과정을 지켜보면서 마약 문제의 심각성을 절감한 김씨는, 주변의 도움을 받아 '대구라파교정교실'을 열었다. 국내 최초의 민간 마약사범 재활기관이다.
"힘들더라도 한 사람을 치료하면 그 파급 효과는 상상 이상"이라는 김씨는 "중독자를 회복자로 만들면 그 회복자가 다른 중독자를 일으켜 세운다"고 말했다. 대구라파교정교실에 가면 약을 끊을 수 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스스로 찾아오는 중독자도 늘고 있다. 이곳을 찾았다가 돈을 훔쳐 달아나는 이들도 있지만 이내 다시 돌아온다고 한다. 돈 몇 푼의 유혹에 흔들리는 이들에게도 약을 끊고 새 삶을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은 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까지 검찰이 위탁한 80명이 이곳에서 교육을 마쳤다. 검찰이 실시한 2008년 마약사범 재범률 확인조사에서 이곳 수료생으로 다시 범죄를 저지른 경우는 1명(3%)뿐이었다. 2010년 전체 마약사범 재범률이 36.8%인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일이다.
김씨는 "마약 문제는 나와는 상관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환자들과 함께 매년 뮤지컬 공연을 한다는 그는 "뮤지컬에 참여한 환자들은 자신들에게도 재능이 있었다는 사실에 놀란다"며 "그들에게 자신을 재발견하고 삶의 희망을 키워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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