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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vs 한은 가계부채 날 선 신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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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vs 한은 가계부채 날 선 신경전

입력
2012.06.26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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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이 과도한 가계부채의 원인과 해법을 두고 날 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공개적으로 한은에 화살을 돌리자, 한은 내부에선 몹시 불쾌하다는 반응이 쏟아진다.

발단은 25일 김 위원장의 금융위 간부회의 발언. 그는 가계부채와 관련 "특별히 강조하고자 하는 부분은 관련 정부부처 및 한국은행의 거시경제여건 조성을 위한 공동의 대응 노력"이라며 "금융 부문의 대책만으로는 해결이 어려운 만큼 관련 정부부처 및 한은의 적극적인 정책 협력 없이는 반쪽 대책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총유동성 관리, 좋은 일자리 창출 등 거시경제적 여건이 뒷받침돼야 가계부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며 "가계부채 연착륙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한은과 정책 공조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이 한은 공동 책임론을 제기한 것이 처음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강도가 셌다는 것이 금융권 안팎의 평가다. '협력' '공조' 등 완곡한 표현을 쓰긴 했지만, 유독 한은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은의 '행동'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란 해석이다.

한은은 부글부글 끓는다. "김 위원장이 뭘 요구하는 건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다"는 얘기들이 쏟아진다. 금리 인상 타이밍을 놓쳐 가계부채 폭탄을 키웠다는 사후 비판이라면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으나, 가뜩이나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금리 인하 요구가 커지는 지금 시점에서 가계부채 해결만을 위해 금리 인상을 단행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렇다고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 한은에게 금리 말고 달리 쓸 수 있는 카드가 있는 것도 아니다.

가계부채 해소를 위해 총유동성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김 위원장의 주장 역시 인과관계가 뒤바뀐 게 아니냐는 불만이 적지 않다. 유동성이 많아서 가계부채가 늘어났다기 보다는, 가계부채가 늘어나면서 유동성을 증가시킨 측면이 크다는 것이다. 게다가 작년 이후 통화량 증가율은 3~5% 수준에 그치며, 경상 성장률(7% 내외)을 크게 밑돌고 있어 유동성 관리에 소홀했다는 지적에도 동의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물론 금융위는 확대 해석을 경계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리 같은 특별한 조치를 주문한 것이 아니라 관련 기관들끼리 공통된 문제의식을 갖고 정책 협의를 해나가자는 취지였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가계부채에 대한 경고음이 점점 높아지자 기관들끼리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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