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빅 리거다.'
넥센의 '핵 잠수함' 김병현(33)이 확실하게 존재감을 보여줬다. 국내 마운드에 완벽하게 적응한 모습으로 메이저리거 다운 위용을 뽐냈다.
지난 21일 잠실 두산전에서 국내 마운드 첫 승을 거둔 김병현은 26일 또 다시 목동 홈 구장에서 만난 '잠실 곰'을 상대로 6이닝 4안타(1홈런) 3실점으로 시즌 2승(2패)째를 챙겼다.'곰 사냥꾼'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김병현은 결정적인 순간마다 슬라이더를 주로 던지며 두산 타자들의 방망이가 딸려 나오게 만들었다. 메이저리그를 호령했던 당시의 날카로운 슬라이더 모습 그대로였다.
그는 직구 위주로 볼카운트를 잡은 뒤 결정적인 순간 변화구를 섞어 완벽에 가까운 피칭을 했다. 1회초 2사 1루에서 두산 4번 김현수에게 오른쪽 담장으로 넘어가는 투런포를 맞은 것이 유일한 옥의 티였다.
70개의 투구수 중에서 직구 41개를 제외하고 커브(7개), 슬라이더(10개), 체인지업(6개), 투심(6개) 등을 던졌다.
정민태 넥센 투수코치는 경기 후 "1회 홈런을 맞는 것을 보고 두산 선수들이 직구 타이밍을 노리는 것을 간파하고 패턴을 바꾼 것이 주효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첫 승을 기록했던 잠실 두산전 때와 달라진 것은 투구수 조절이었다. 앞선 두산전에서 5회까지 80개의 공을 던진 데 비해 이날은 5회 승리투수 요건을 갖출 때까지 단 55개 만의 공이 필요했다. 직구 최고 시속은 143㎞에 그쳤지만 볼넷이 1개에 그칠 만큼 안정적인 제구력을 바탕으로 맞춰 잡는 피칭을 선보였다.
경기 후 김병현은 "지난 경기에서 두산 타자들을 상대해 봐서 투구 패턴에 변화를 줬다"며 "힘을 빼고 강약 조절을 했더니 제구도 편했다"고 승리 소감을 밝혔다.
밝은 표정을 지은 그는 "처음보다 많이 여유가 생기고 좋아진 것 같다"며 "이번 주에 한 차례 더 등판할 예정인데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겠다"고 말했다.
김시진 넥센 감독은 "제구 위주로 피칭을 하다 보니 투구수가 적었고 효과적인 피칭이 가능했다"고 평가했다. 김 감독은 김병현이 앞으로 더 좋아질 것이라고 긍정적인 전망을 했다. "지금부터는 조언보다 본인의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잘 풀어나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며 "앞으로 더욱 기대된다"고 밝혔다. 김병현의 호투에 힘입어 넥센은 두산을 13-3으로 대파했다.
부산에서는 롯데가 선발 쉐인 유먼의 6.2이닝 무실점 역투에 힘입어 한화에 3-0 승리를 거두고 51일만에 선두 탈환에 성공했다. 5연승을 거둔 롯데는 시즌 34승3무27패를 기록, SK를 반경기차로 제쳤다.
삼성은 대구에서 SK를 3연패에 빠뜨리며 8-4로 승리했다. 4연승을 달리던 SK 선발 김광현은 4.1이닝 5안타 5실점(2자책)으로 시즌 첫 패배를 당했다. 잠실에서는 KIA가 LG에 10-4로 역전승을 거뒀다. LG는 시즌 첫 4연패에 빠졌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이재상기자 alexe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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