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채우려 그리 / 콩칠팔 새삼륙 하며 살았던가./ 잘가거라, 잘가거라 경성의 봄아. 경성의 봄아./ 세월지나- 세월지나."결말을 장식하는 합창 선율이 비장하고 애잔하다. 모비딕프로덕션의 뮤지컬 '콩칠팔새삼륙'은 1930년대 경성의 풍물을 배경으로 하되 당시 여성해방을 열망하던 여성들의 내면을 파고 들었다.
1931년, 진정한 여성 해방을 꿈꾸며 동반 자살한 두 여성의 이야기다. 당시 인텔리 여성 사이에서 성행했던 동성애, 도래하던 모더니즘에 묻어 온 자유 연애 사상, 여전히 완고한 여성상 등이 당대 유행가의 라이브 연주 속에서 전개된다. 식민지 시대 신여성을 모더니즘의 시각으로 뮤지컬에 담은 것은 이번이 처음. 뮤지컬의 소재 확장이라는 차원에서 주목되는 이유다.
제목 '콩칠팔 새삼륙'은 '남의 일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하고 떠든다'는 옛 우리말. 홍난파 작곡의 동요로 당대의 유행어로 떠오르기도 했다. 주변의 불편한 시선을 못 견디고 그들이 기차에 뛰어들기까지의 이야기가 당시 경성의 풍물을 재현한 무대 속에서 펼쳐진다. 서사의 잔잔함, 속도감 있는 전개 방식 등 상반된 두 요소가 빚는 묘한 긴장감 또한 객석을 사로잡는다. 주인공을 제외한 배역은 20 개이지만 6명의 배우가 이를 모두 소화해 낸다.
두 사람 간의 감정 변화는 물론, 그들을 둘러싼 여러 사람들의 사회적 관계를 이 무대는 놓치지 않는다. 중진 배우 최용민(59)이 기획단계부터 참여하고 출연, 무대에 무게를 실었다.
연출자 주지희씨는 "당대 경성을 알 수 있게 하는 거리 풍경을 함축적으로 표현, 일제 강점기이면서도 문화ㆍ예술이 번창했던 독특한 시기로 묘사했다"고 말했다. 신의정, 최미소 등 출연. 29일~8월 5일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02)2230-6601
장병욱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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