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제 11회 밀양연극제에서는 작은 이변이 벌어졌다. 젊은 연출가전에서 이른바 민족극 계열의 작품'그와 그녀의 옷장'이 대상과 연출상을 동시에 획득한 것. 이 작품에 대해 심사위원장인 예술감독 이윤택씨는 "민족극 계열의 노동연극을 초월, 우리 시대의 노동 현실을 희화적 시각으로 형상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평했다.
당시 화제가 됐던 극단 걸판의 '그와 그녀의 옷장'(사진)이 대학로 무대에 오른다. 당초 노동현장을 돌며 특정관객만을 상대했던 작품이 처음으로 서울의 정규 공연장에 오르는 것이다.
세 노동자를 주인공으로 해 각각 하나의 에피소드로 엮은, 일종의 옴니버스 연극이다. 절친한 친구 사이인 두 아파트 경비원이 사소한 시비로 갈등하는 상황을 그린 '강호남의 옷장', 외톨이로 지내던 아들이 번듯한 회사에 첫 출근하며 겪은 에피소드를 그린'오순심의 옷장', 직장을 옮기고 노조 조합원 교육을 받는 어느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강수일의 옷장' 등 세 편으로 짜여 있다. 팍팍한 현실에 힘든 상황에서도 웃음을 자아내는 오세혁씨의 예리한 연출력이 돋보인다.
오씨와 이윤택씨는 지난해 한국공연예술센터의 '봄 작가 겨울 무대'에 참여한 이후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오씨는 "천원 짜리 만두 파는 아주머니도 함께 웃을 수 있는 연극"이라고 소개했다. 2005년 안산을 근거지로 창단된 걸판은 노동 현장, 장터 등 전국 각지에서 1년 평균 150여회 공연을 했다. 7월 13일~29일 게릴라극장. 010-8356-8833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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