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겨울, 삼엄한 비무장지대(DMZ)를 찾는 귀한 손님이 있다.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1급으로 지정된 천연기념물 202호 두루미다. 전 세계에서 사는 두루미는 약 2,700여 마리. 그 중 1,000여 마리가 겨울을 나려고 이곳에 날아 든다. DMZ를 포함한 강원 철원 지역은 두루미의 대표 월동지인 셈이다. 밤 10시 KBS 1TV에서 방영하는 '환경스페셜'은 마지막 낙원인 철원에서 치열하게 겨울을 나는 두루미의 모습을 담았다.
두루미의 친척인 재두루미, 흑두루미, 검은목두루미, 시베리아흰두루미도 매년 겨울 철원을 찾는다. 주변 평야와 강가에서 비교적 쉽게 먹이를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 최상위 포식자인 삵에게 두루미의 월동지는 좋은 사냥터다. 매서운 눈으로 노려보던 삵은 재빨리 접근해 두루미의 목을 덥석 문다. 제작진은 크기가 1m도 안 되는 삵이 자신보다 덩치가 2배 큰 두루미를 사냥해 은신처로 옮기고, 뜯어먹는 모습을 생생하게 촬영했다.
두루미 무리의 평온을 깨는, 보다 직접적인 위협은 인간이다. 사진 촬영, 탐조 활동을 즐기는 사람이 늘면서 이젠 두루미의 월동지가 그대로 노출된다. 사람에겐 취미 생활일지 몰라도 두루미에겐 삶의 터전이 침범 받는 생존의 문제다. 비닐하우스로 인해 두루미가 즐겨 먹는, 땅에 떨어진 곡물 낟알도 보기 힘들어졌다. 난개발은 아예 두루미의 월동지를 없애 버린다. 사람의 위협과 방치 속에 '귀한 손님' 두루미는 편히 먹지도 쉬지도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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