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하반기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어 수출과 내수 모두 힘겨운 싸움이 예상됨에 따라, 위기대응수위를 한 단계씩 높이고 있다. *관련기사 19면
현대차 그룹은 25일 정몽구 회장의 긴급 지시에 따라 해외 법인장들을 전원 국내로 불러 모아 하반기 경영전략회의를 가졌다. 현대차그룹은 통상 7월말 해외법인장 회의를 진행했는데, 올해는 글로벌 경제상황악화에 따라 회의를 한 달 이상 앞당겼다.
이날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열린 전략회의에서 정 회장은 각 지역별 판매상황과 대응방안을 보고 받은 뒤 법인장들에게 "유럽 재정위기가 글로벌 자동차시장의 판매둔화로 전이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대응하라"고 강도 높게 주문했다. 현대차 고위관계자는 "다른 경쟁사에 비해 유럽시장 등에서 선전하고 있지만 시장상황 자체는 매우 심각한 게 사실"이라며 "2008년 리만사태를 통해 한 단계 도약했던 것처럼 위기관리 여하에 따라 또 한번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도 이날부터 경기 기흥 나노시티에서 사흘 간의 글로벌 전략회의에 돌입했다. 새 삼성전자의 사령탑으로 임명된 권오현 부회장 주재로 열린 이번 회의에는 이재용 사장을 비롯한 국내 경영진 및 해외법인장 등 100여명의 수뇌부가 모두 참석했다.
권 부회장은 글로벌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연초 책정한 경영목표의 하향조정이나 수정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보다 공격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특히 세계1위에 올라선 반도체 TV 스마트폰 등은 "차제에 2위와의 격차를 확실히 벌릴 것"을 요구했다. 앞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도 유럽출장을 통해 경기상황의 심각성을 느꼈으며, 귀국 후 "글로벌 경제위기를 이겨낼 생존전략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LG그룹도 지난 5일부터 구본무 회장 주재로 한달 일정으로 전략보고회의를 진행 중이다. LG관계자는 "중장기 전략을 논하는 자리이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위기상황에 어떻게 대처할지 심도 있는 토론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당초 하반기부터 회복을 기대했지만 이 예상은 완전히 빗나간 상태"라며 "그룹마다 시나리오를 전면적으로 재점검하고 있으며 다만 전체적인 흐름은 방어 보다는 공격을 더 강화하는 쪽"이라고 말했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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