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25일 대선 후보 경선 시기를 8월19일로 확정함에 따라 여야의 대선 후보 경선전이 선명한 대비를 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의 경선이 야권의 경선에 비해 관객 몰이에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새누리당이 현행 방식 그대로 경선을 치를 경우 김문수 경기지사, 정몽준 전 대표, 이재오 의원 등 비박(非朴) 진영 대선주자 3인방은 경선에 불참할 가능성이 높다. 그간 이들이"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가 도입되지 않으면 경선에 불참하겠다"고 수차례 언명해온 만큼 이를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 경우 여당의 경선은 사실상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후보 추대 절차에 그칠 수박에 없다.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이나 안상수 전 인천시장 등이 경선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지만 "경선으로서의 의미는 없다"는 게 중론이다. 시기적으로도 런던 올림픽 직후이다 보니 국민적 관심도는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당 지도부도 이런 사정을 모르지는 않는 것 같다. 내부적으로 권역별 순회 투표 등 흥행 방안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하지만 한계가 뚜렷하다. 권역별 순회 투표 등이 경선관리위의 결정을 거쳐 실현되더라도 경선 열기를 고조시키기엔 역부족이다. 특히 순회 투표는 박 전 위원장이 선두를 질주하는 현재의 구도에서는 그의 선두 입지를 조기 고착시키며 일찌감치 흐름을 결정지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맥 빠지고 파리 날리는 경선'을 피할 길이 없다.
변수는 대선주자 간 타협과 절충을 통한 극적인 경선 방식 변경이다. 이날 지도부도 일단 경선 방식과 시기 등의 변경 여지를 열어 뒀다. 지도부가 설정한 데드라인(내달 9일)까지 극적으로 타협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비박 3인방이 경선에 참여하게 되면 그나마 흥행 참패는 면할 수 있다.
물론 근본적으로 여당 경선이 야권보다 좋은 흥행 성적을 기대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야권에선 대선주자 간 지지율 격차도 크지 않아 예측 불허의 승부가 펼쳐지게 된다. 게다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등 장외 인사까지 대기하고 있어서 최소 2단계의 다단계 경선전까지 예고돼 있다. 여당의 경선 극장이 썰렁할 가능성이 높은 데 비해 '나가수'식으로 진행되는 야권 극장엔 관객이 몰리게 생겼다.
이러자 당 안팎에서 박 전 위원장이 전당대회를 앞두고 위기에 봉착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비박 주자 3인방이 끝내 경선 불참을 선언할 경우엔 "혼자 독주하려 하느냐"며 당 안팎 비판론이 비등해질 것이다. 야권은 박 전 위원장에 대해 "불통의 리더십"이라며 공격을 퍼부을 가능성이 높다. 총선 이후 쌓아 올린 공든 지지율 탑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또 박 전 위원장이 대선주자로 확정될 경우 야권의 집중포화도 불 보듯 뻔하다.
물론 흥행이 곧 본선에서 국민 지지로 연결되는 게 아니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친박계 관계자는 "흥행은 반짝 관심을 불러 일으킬 수 있지만 그것이 곧 국민 지지로 연결된다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어차피 3인방이 경선에 참여하더라도 흥행은 어려울 것이므로 흥행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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