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친박계가 25일 사실상 '마이웨이'를 택했다.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선 현행 당헌ㆍ당규대로 8월 20일에 대선 후보를 확정하기로 의결했다. 경선 룰은 최종 결정하지 않은 채 "대선주자들 간에 룰 변경을 위한 당헌ㆍ당헌 개정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고 여지를 두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경선 후보 등록일(7월10~12일)까지 시간이 촉박해 결국 현행 룰이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경선 룰을 바꾸지 않으면 경선에 불참하겠다'고 위협해 온 비박(非朴) 진영 대선주자들을 일단 붙잡아둔 뒤 결국 현행 룰대로 가겠다는 것이 친박계의 속내인 셈이다.
이날 오후 최고위원회의가 경선 일정 등 현행 룰을 큰 틀에서 유지하기로 결정하자 당내에선 "박 전 위원장 뜻대로 됐다"는 말이 나왔다. 박 전 위원장은 경선 룰 갈등이 시작된 4월 이후 한 발도 물러서지 않은 채 극도로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한 당직자는 "박 전 위원장은 당 지도부에서 경선 일정 연기 또는 경선 룰 논의 기구 설치 등 비박 주자들의 요구를 반영한 절충안을 마련해 보고할 때마다 단호하게 거부했다"면서 "자신이 당의 대선후보가 될 가능성을 단 1%라도 떨어뜨리지 않겠다는 의지로 보였다"고 전했다.
박 전 위원장은 비박 주자들이 요구한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가 '트로이의 목마'가 될 수 있다고 보고 극도로 경계했다고 한다. 한 친박계 인사는 "박 전 위원장은 역(逆)선택과 금권 선거 등 오픈프라이머리의 부작용이 발생해 경선 판이 조금만 흔들려도 치명상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컸던 것 같다"면서 "비박 주자들이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주장하는 의도 자체가 순수하다고 보지 않았다"고 전했다. 다른 친박계 인사는 "경선을 코앞에 두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룰을 쉽게 바꾸는 것은 박 위원장이 지켜 온 원칙과 신뢰의 정치와 맞지 않는다"면서 "당장은 오만하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겠지만, 대선 본선에선 국민이 박 전 위원장의 뚝심을 평가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당 지도부가 2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경선 룰을 확정하지 말고 여지를 두는 게 낫겠다'고 잠정 결정하고 의중을 묻자 박 전 위원장이 이를 수용했다고 한다. 한 친박계 의원은 "비박 주자들을 밀어내 당장 파국을 자초해선 안 된다는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비박 주자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지 않도록 여유와 시간을 주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 경선 참여 선거인단 확대나 여론조사 방법 변경 등 세부적 룰 변경을 제안해 비박 진영과 타협을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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