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29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유럽연합(EU) 정상회의를 앞두고 EU와 유로존 지도부가 ‘은행동맹’ 구축을 위한 로드맵을 담은 초안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유로본드와 채무상환기금 등 당장의 위기를 잠재울 수 있는 해법은 회의에서 논의될 가능성이 적어 성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24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EU 정상회의 초안은 ▦단일 유럽금융감독기구 설립 ▦공동 예금보증제 도입 ▦부실은행을 정리하는 은행청산기금 마련 등 은행동맹 구축과 관련한 내용에 주안점을 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EU 집행위가 이달 초 유로존 위기의 해결책으로 은행동맹을 제안한 지 한 달 만에 나온 청사진이다. 27개 EU 회원국들이 자국의 은행 감독권과 재정 주권 일부를 포기하고 높은 수준의 경제통합을 이룬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정상회의에서 상징적 선언 수준 이상의 진전된 논의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모든 EU 회원국에 재정 주권 포기를 요구할 경우 영국 등의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유럽금융감독기구 설립에도 이견이 있다. 헤르만 반 롬푀이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유럽중앙은행(ECB)에 감독 권한을 주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주장하지만 EU 집행위는 “독립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유로본드와 채무상환기금 등 가시적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해법은 초안에서 언급은 됐지만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못했다. 대신 EU 정상들에게 ‘유로안정화기구(ESM)에 더 많은 개입 수단을 부여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라는 문구가 포함됐다.
초안의 내용이 공개되자 “정상회의가 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탈리아 최대 은행 유니크레디트의 에릭 닐센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시장이 회의 결과에 실망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스페인은 이날 자국 은행의 자본 확충을 위한 구제금융을 공식 신청했다.
이날로 예정됐던 국제 트로이카 채권단의 그리스 행은 그리스 총리와 재무장관이 모두 병원에 입원하는 바람에 연기됐다.
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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