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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킹의 뇌를 해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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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킹의 뇌를 해킹하다

입력
2012.06.25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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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게릭병(근위축성 측색경화증)을 앓고 있는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지난해 여름 반가운 연락을 받았다. 필립 로 미국 스탠퍼드대 의학대학원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이 뇌파를 이용해 의사 소통을 할 수 있는 장치의 임상 실험에 참가해달라고 제안한 것이다.

호킹은 흔쾌히 실험에 응했다. 연구팀은 호킹의 머리에 뇌파 분석 전극이 부착된 벨트를 씌웠다. 전극 벨트를 쓴 호킹이 공을 힘껏 던지는 생각을 하자 벨트와 연결된 컴퓨터 모니터에 곧바로 ‘공을 힘껏 던진다’라는 문장이 떴다.

뇌파 해독기기 ‘아이브레인’(iBrain)이 성공적으로 실험을 마치고 내달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호킹의 시연과 함께 공개된다. 이 장치는 전극을 이용해 복잡한 뇌파를 분석한 뒤 모니터에 문장이나 단어로 실시간 전환하는 최첨단 기술을 사용했다. 로 교수는 “지금까지 인간의 행동을 통해 생각을 읽어냈다면 이제는 뇌를 ‘해킹’해 생각을 알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뇌의 움직임은 사용자가 수면 상태에 있어도 알 수 있다. 과학자들은 아이브레인의 개발로 루게릭병 환자뿐 아니라 수면장애, 우울증, 자폐증 환자의 상태도 분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호킹은 1985년 폐렴 치료 후 목소리마저 나오지 않아 컴퓨터 인식기를 이용해 눈동자와 얼굴 근육의 움직임으로 단어를 조합, 연구 및 의사 소통을 해왔다. 하지만 병세가 악화해 요즘은 이마저도 불가능해졌다. 호킹은 “아이브레인은 혁신적인 과학 발전의 성과”라며 “이번 연구가 더욱 발전해 루게릭병 환자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고 뇌 과학이 새로운 전기를 맞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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