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보건복지부가 놀랄 만한 통계 하나를 내놓았다.'2011년 정신질환 실태 역학조사'를 해보니 우리나라 성인의 14.4%(519만 명)가 평생 한번 이상 정신질환을 경험한 적이 있다는 것이다. 국민 정신건강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얘기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10만 명당 31.2명)가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다. 실제 같은 조사에서도 평생 한번 이상 자살을 심각하게 고민 사람은 이보다 많은 15.5%나 나왔다.
또 하나 놀라운 사실은 국민의 정신건강 상태가 이런데도 전문의를 찾아 상담하거나 치료를 받은 정신질환 경험자는 15.3%에 불과하다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OECD 평균의 2배나 될 정도로 유난히 자주 병원을 찾는 점을 감안하면, 신체질환과 달리 정신질환은 거의 방치하고 있는 셈이다. 가장 큰 이유는 가벼운 우울증 상담까지도 진료기록에 남아 각종 자격증과 면허증 취득은 물론 취업에 불이익을 받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가 내년부터 전 국민을 대상으로 생애주기별 정신건강검진을 실시하고, 정신질환자의 범위를 축소하기로 한 것은 당연하고 옳은 방향으로 보인다.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국민의 정신질환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정신질환자에 대해 지나치게 민감한 사회분위기와 불합리한 차별도 줄어들 것이다. 복지부가 정신질환자의 범위를 '일상적 사회생활이나 직업활동이 어려운 사람'으로 좁히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럴 경우 법적 정신질환자 수도 3분의 1 수준인 170만여 명으로 줄어든다.
다만 정신건강검진이 의도와 목적은 좋으나 인권침해 등 부작용의 우려가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단순한 정신과상담은 일반상담으로 간주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아직도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이 어느 나라보다 강한 현실에서 자칫 이러한 진료정보가 학교에서의 집단 괴롭힘, 취업과 승진의 장애 등으로 악용될 수 있다. 철저한 정보보호 장치와 함께 신중하고 꼼꼼한 검진체계로 건강한 사람에게까지 상처를 주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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