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 경제잡지 포춘이 선정한 세계 500대 기업 중 5위, 중국 내 500대 기업 가운데 7년 연속 1위(매출액 1조9,700억 위안=한화 327조8,000억원). 특히 2010년 기준 석유정제부문 생산능력 세계 2위(연간 2억2,400만톤), 에틸렌 생산능력 세계 1위(945만톤).
전 세계 에너지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 최대 국영 석유화학기업인 시노펙(SINOPEC)의 놀라운 성적표다. 세계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기업들이 줄줄이 나가 떨어지는 와중에도 시노펙의 성장세에는 멈춤이 없다.
그렇다고 시노펙이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기업도 아니다. 2000년 설립된 이 회사는 중국 정부의 전폭적 지원 아래 막대한 '차이나 머니'로 무장, 원유 및 천연가스 탐사 개발 생산 수송 판매 등을 통해 전 세계 '에너지 공룡'으로 부상했다.
시노펙의 무서운 질주는 공격적인 인수합병(M&A)에서 나온다. 중국 투자자문 업체인 차이나벤처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 자원 관련 중국 기업의 M&A는 46건, 금액으로만 무려 523억6,800만 달러(약 60조원)에 달했다. 막대한 자금으로 전 세계 자원을 집어삼키고 있는 것인데, 그 중에서도 시노펙의 왕성한 식욕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있다.
시노펙은 지난 2006년 인도 국영 석유천연가스공사(ONGC) 및 러시아 석유회사들을 제치고 러시아 석유기업인 우드머트네프트 지분 97%를 인수했다. 이어 ▦지난해 10월 캐나다 석유 및 가스개발기업 데이라이트에너지를 22억 달러에 사들였고 ▦최근엔 미국 석유개발사인 데본(Devon)사와 공동투자에 합의하는 등 북미시장 진출에도 적극적이다.
실제로 시노펙이 지난해까지 보유한 해외 석유채굴권만도 2,000만톤. 2015년까지 석유 채굴권 5,000만톤을 확보한다는 게 시노펙의 야심 찬 계획이다. 포스코경영연구소 김용식 수석연구위원은 "시노펙의 무서운 성장배경에는 아프리카와 중동, 유럽, 미국 등 국경을 가리지 않는 적극적인 M&A가 가장 크다"면서 "이 외에도 유통부문을 강화하고 원천기술력 확보에도 돈을 쏟아 붓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세계 자원시장은 사실상 시노펙이 '싹쓸이'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외자원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우리나라 역시 시노펙의 거대한 벽을 느끼고 있는 게 현실. 실제로 지난 2009년 한국석유공사는 시노펙에 밀려 스위스 석유기업인 아닥스 인수에 실패했는데, 업계 관계자는 "시노펙 같은 중국의 거대 에너지 기업이 정부의 전폭적 지원과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워 해외 자원개발에 나서는 상황에서 국내기업들은 고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때문에 우리나라 기업들이 시노펙과 경쟁하기 보다는 협력관계를 더욱 다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 박용덕 박사는 "시노펙 등은 이미 우리와 경쟁하기에는 덩치가 너무 커져 버렸다"면서도 "시노펙이 최근 자원개발을 위한 글로벌 파트너 찾기에 주력하고 있는 만큼 이를 잘 활용한다면 우리에게도 또 다른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SK그룹이 지난해 12월 시노펙과 ▦연산 80만톤 규모인 에틸렌 생산공장 건설 합작 프로젝트 추진 ▦중국을 비롯한 국제 사업 협력 확대 등을 담은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은 좋은 본보기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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