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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학교가 미래다] <3> 혁신학교의 한계와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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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학교가 미래다] <3> 혁신학교의 한계와 가능성

입력
2012.06.25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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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교육 미래 모델이지만 '대입 경쟁에도 통할까' 기대반 우려반

"친구도 없이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매일 컴퓨터 앞에 만 앉아 있던 아들을 혁신학교로 보낸 후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정말 잘한 선택이었다'고 내 자신을 수 없이 칭찬했어요. 그런데 이제 또다시 혁신학교를 놓고 고민에 빠지게 되네요."

혁신학교의 혜택을 누구보다 더 많이 누렸던 경기 시흥 장곡중학교 3학년 최태인(15ㆍ가명)군의 어머니는 최근 들어 고등학교에 진학할 아들의 진로를 놓고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아들의 향후 진로를 고려할 때 대학 진학이라는 현실의 벽이 앞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최군 어머니는 "혁신학교가 공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는 걸 잘 알고 있지만 아들을 혁신고교로 보냈을 경우 대학 입시교육에 소홀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며 "반면 일반고교로 보내서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아들의 과거 모습을 다시 봐야 할까 봐 그것도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최군의 어머니처럼 변화되는 아이들의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본 학부모들도 혁신학교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혁신학교 시행 3년째지만 대학 입시교육 방면에서 학부모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할 만한 성과를 기대하기란 아직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혁신학교가 창의지성 교육에 중심을 둔 수업혁신을 추구하다 보니 암기위주의 대학 입시에 얼마나 효율적일지 의문 부호가 붙는 것은 당연하다. 자칫 결과가 형편없을 경우 3년간 활착하기 시작한 혁신교육의 뿌리가 송두리째 뽑힐 수도 있어서다.

올해 경기지역에서는 모두 7개의 혁신학교 고3생들이 대입에 도전하게 된다. 경기도교육청은 이에 대해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나아가는 과정일 뿐"이라며 애써 초연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내심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초ㆍ 중 ㆍ고교 급별 연속성에 대한 고려 없이 혁신학교가 지정된 점 역시 학부모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경기도 혁신학교의 경우 154개 혁신학교 가운데 초등학교 76개교, 중학교가 60개교인 반면 고등학교는 18개교밖에 지정되지 않았다. 결국 초ㆍ중 혁신학교를 다니던 학생들 중 30% 정도만 혁신고교에 진학할 수 있는 피라미드 구조를 보이고 있다.

안산 광덕고 권용만(45) 혁신부장은 "혁신초교 출신들이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거치면서 연계성 있는 교육을 받아야 하는 데 아직은 많은 중고교가 혁신학교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며"진학에 연계성이 떨어지게 되면 아이들이 더 혼란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혁신학교가 수업 혁신에 무게 중심을 두느라 정작 평가에 인색하다는 것 역시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혁신학교들이 입시위주 교육과 경쟁교육 극복에 대한 문제의식은 가지고 있지만 이에 상응하는 평가 패러다임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혁신학교의 장점인 주관식 시험과 수행평가 등에 대한 평가방식이 갖춰져야 학부모의 관심을 끌 수 있고, 그래야 대입 위주의 교육에 도전장을 내밀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대학 교육단계부터 혁신학교 교사들을 전문적으로 양성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갖추지 못한 점 역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자칫 성과에 쫓겨 교사 재교육에 소홀할 경우 혁신학교가 알맹이 없는 껍데기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문제에도 교육전문가들은 혁신학교가 공교육의 미래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혁신학교 시행 3년 동안 나타난 문제점 역시 충분히 해결 가능해 그 동안 정부에서 추진해온 숱한 공교육 개혁모델과는 다르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혁신학교가 운영되는 않은 지역에서도 '혁신학교 열풍'에 영향을 받아 학교를 변화시키기 위한 학부모와 교사들의 모임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는 것도 긍정적 효과다.

최근 경기도교육청이 대입 입학사정관제 전형에 혁신학교 출신자에 대한 평가항목 도입을 촉구한 것도 혁신학교 확대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도교육청은 최근 서울 중위권 대학 5,6곳과 협의해 2,3곳으로부터 혁신학교 우대 방안에 대해 긍정적인 답변을 얻어낸 것으로 전해졌다.

도교육청 관계자는"대학들이 창의 자율교육을 받은 혁신학교 출신자들을 접해보면 이들이 진정한 인재라는 걸 알게 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대학들이 혁신학교 출신자들을 나서서 선택하고 자연히 혁신고교도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변하지 않을 것 같았던 공교육을 변화시킨 첫 공교육 혁신 모델이라는 것도 제일 큰 강점이다. 변화를 경험한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이 혁신학교의 성공을 확신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함께 여는 교육연구소 이광호 소장은 "혁신학교의 실험이 현재까지 성공했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공교육을 변화시키려고 노력하려는 혁신학교 주체들이 있기에 혁신교육의 미래를 낙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기중기자 k2j@hk.co.kr

■ 창의지성교육은 이미 세계적 흐름

혁신학교가 추구하는 창의지성교육은 선진국에서는 이미 일반화된 교육방식이다.

인구가 530만명인 북유럽의 작은 나라 핀란드가 대표적이다. 1970년대부터 초등학교 6학년과 중학교 3학년을 합친 9년제 의무교육을 시행하는 핀란드는 ‘모든 학생에게 차별 없는 질 높은 교육 제공’이란 철학을 유지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교과의 유연성 확보 ▦교사의 전문성 강화 ▦학교 및 교사의 자율성 확대 등을 꾸준히 추구했다. 이런 정책은 우리를 비롯해 여러 나라가 이미 시도했거나 계획한 것이지만 핀란드는 이론을 넘어 현장에서 실천했고, 성과를 얻었다는 것이 차이다.

핀란드 학생들은 몇 주에 걸친 프로젝트 과제를 제외하면 숙제가 거의 없다. 방과 후에는 교내 클럽에서 다양한 스포츠나 문화 활동을 즐긴다. 학교들은 평준화됐고 ‘일제고사’식 정량평가는 사라졌다. 모든 교육은 학교에서 이뤄진다는 게 당연시 돼 사교육 열풍도 없다.

특히 창의성을 중시한 교육이라 교육과정에 대해서는 학교와 교사에게 최대한의 자율성이 보장된다. 이로 인해 교사는 가장 인기 있는 직업 중 하나로 법조인이나 의사 못지 않은 대우를 받는다. 핀란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00년부터 시작한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2000년, 2003년, 2006년 최고 수준의 성취도를 보여줘 세계 교육계에 파문을 일으켰다.

프랑스의 프레네 학교도 오랜 역사를 지닌 공교육 개혁 모델이다. 셀레스탱 프레네(1896~1966)에 의해 1920년대 시작된 프레네 교육에는 교과서가 없다. 자유로운 글쓰기와 협력적 작업, 탐구중심 학습으로 흥미를 높여 학생 스스로 배우려는 마음을 자유롭게 발달시키는 교육 방식이다.

이밖에 사토 마나부 도쿄대 교수가 학교개혁을 위한 실천적 개념으로 주창해 일본에서 뿌리를 내린 ‘배움의 공동체’, 독일에서 시작돼 유럽과 미국 등으로 확산된 발도르프 학교 등도 자율성을 존중하며 창의력을 키우는 혁신학교와 맥을 같이 한다.

세계적으로 창의지성교육이 각광받는 이유는 자명하다. 더 이상 잘 받아 적고 단순 암기를 반복해 시험문제를 잘 푸는 학생보다는 소통능력과 협동심, 창의성이 풍부한 학생이 21세기가 요구하는 인재상이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우리나라에서도 참여정부 시절인 2006년 ‘공영형 혁신학교’를 도입하려 했지만 흐지부지된 뒤 2009년부터 경기도를 비롯한 서울 강원 충남 광주 전남북도교육청이 혁신학교를 도입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하지만 혁신학교는 특수성을 넘어 공교육 모델로서의 보편성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여전히 안고 있다.

김창훈 기자 chkim@hk.co.kr

■ 전문가들이 본 혁신학교의 갈 길

시행 3년째를 맞은 경기 혁신학교가 교실붕괴와 사교육 열풍을 잠재울 정도로 확고한 공교육 모델로 완성되기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먼저 혁신학교를 이끌어야 할 사명감과 전문성을 갖춘 교사가 너무 적다는 것은 가장 큰 걸림돌이다. 경기도교육연구원 김성천 박사는 "혁신학교에 맞는 교사를 어떻게 양성할 것인가는 혁신교육이 안고 있는 고민"이라며 "현 교육대나 사범대의 커리큘럼은 지나치게 이론적이라 현장에서 고민하고 활동하도록 사명감을 심어주기에는 현실적으로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공교육 모델로서의 파급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요구된다는 목소리도 높다. 또 지역실정에 밝은 교육지원청의 참여도 절실하다는 평가다. 경기혁신학교추진위원장인 송주명 한신대 교수는 "혁신학교는 특별한 학교가 아니라 공교육을 바꾸기 위한 실험"이라며 "지역교육청 차원에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지만 공교육계 전반으로의 확산을 위해서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조급한 성과를 기대하는 것은 금물이라는 지적이다. 수 십 년 된 공교육을 바꾸려면 믿고 기다리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구 가톨릭대 서근원 교수는 "입시지향적 암기교육 속에서 성장한 지금의 교사들이 혁신적인 대안을 모색하고 실천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한다"며 "지금의 혁신학교는 생산적 학교로 가는 과정으로 교사와 학생들이 우리 만의 혁신교육을 스스로 알아가고 만들어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준범 서울시교육청 혁신학교 정책자문위원도 "혁신학교를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전제하면서도 "구성원들뿐만 아니라 외부 네트워크를 활용한 상호보완을 통해 혁신학교 스스로 발전해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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