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운동은 대중이 열망하는 지도자상에 맞춰 후보자의 이미지를 정교하게 가공해 나가는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영화 에 그 실상을 인상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나온다. 영화 의 스타 맷 데이먼이 연기한 주인공은 사상 최연소 상원의원에 도전하는 뉴욕의 정치인이다. J.F 케네디와 빌 클린턴을 합친, 상쾌하고 야심찬 차세대 지도자의 이미지를 내세워 선거판을 압도한다.
■ 하지만 그는 뜻밖의 폭로로 참패한다. 패배가 그에게 가공된 이미지를 훌훌 털어내는 여유를 줬는지 모른다. 그는 지지자들을 위한 패배연설에서 '선거용' 넥타이와 구두에 얽힌 비밀을 홀가분하게 털어놓는다. "이건, 내 넥타이도 아닙니다. 전문가들이 56개나 되는 넥타이를 테스트해 보고 고른 겁니다. 제 구두도 7,300달러나 쓴 컨설팅비의 효과를 정확히 반영합니다. 맨하튼 은행가들에게 반감을 주지 않으면서도, 일반 근로자의 호감을 살 수 있을 만큼 적당히 닳은 것이죠."
■ 노무현 대통령을 탄생시킨 2002년 이래 우리 대선에서도 후보자의 이미지 가공은 선거 캠페인의 핵심이 됐다. 정의와 노무현을 단 한 컷의 영상으로 등치시킨 대선광고 '노무현의 눈물'과, 2007년 이명박을 서민과 함께 하는 경제대통령으로 자리매김한 동영상 광고 '욕쟁이 할머니'편 등은 어떤 정책 캠페인보다 강력하게 표심을 좌우했다. 올해도 각 대선 주자 별로 유권자의 뇌리에 깊이 각인될 인상적 이미지 구축을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 박근혜씨는 안정적이고 따뜻하며, 강하면서도 사려 깊은 지도자상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특전사 복장까지 선보인 문재인씨의 이미지엔 합리적 진보, 겸손한 정의, 신선함 같은 단어가 어른거린다. 안철수씨는 예리한 지성, 원만한 선의, 여린 듯하지만 굽히지 않는 소신을 갖춘 지도자상을 쌓아가고 있다. 물론 정치인의 이미지 가공은 기만(欺瞞)이 아니라, 그 자질을 극적으로 형상화하는 예술에 가까워야 할 것이다. 표심이 어떤 이미지를 지도자로 선택할 지 궁금하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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