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이 제 손목을 그만…."
임모(41)씨는 2009년 자신이 한때 일했던 대전의 기계설비공장을 찾았다가 철판절단기에 왼쪽 손목을 베였다. 그가 기계에 손을 댄 사이 함께 왔던 지인 이모(36)씨가 스위치를 발로 밟은 것. 접합수술을 했지만 신경 손상이 심해 손을 쓸 수 없었다. 임씨와 가족이 기댈 곳은 재해보험뿐인 것 같았다.
하지만 검찰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임씨의 자작극으로 드러났다. 도박으로 3억~4억원의 빚에 몰리자 도박판에서 만난 이씨와 짜고 자해를 한 것이다. 그는 사고 열흘 전부터 11개 보험사에 14개 재해ㆍ상해특약보험을 들었고 보험금 9억2,500만원을 탈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었다. 의심을 피하려고 사고 후 공범 이씨를 과실치상으로 고소까지 했고 벌금형이 나오자 벌금을 대신 냈다. 보험료 중 2억7,700만원을 타내며 성공한 것처럼 보였던 그의 자작극은 무직 상태인데도 월 납부금 440만원에 이르는 많은 보험에 가입한 점을 수상히 여긴 금융감독원의 신고로 막을 내렸다.
이모(41)씨는 2004년 자신의 모텔 여직원 최모(당시 21세)씨와 허위 혼인신고를 한 뒤, 최씨를 잠적시켜 생명보험금 24억원을 타내려다 적발됐다. 5년 간 생사 확인이 안 되면 실종선고 후 사망으로 간주된다는 점을 악용해 보험사에 소송을 제기했다가 거꾸로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됐다. 이씨는 지난해 9월 구속됐고, 그의 꼬임에 넘어가 8년 동안 전국의 월셋방을 전전하며 도피생활을 했던 최씨는 지난달 검찰에 자진 출석해 모든것을 털어놨다. 검찰은 "최씨는 사실상 피해자라는 점을 감안해 기소유예한 뒤 근로복지공단과 연계해 직업훈련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홍모(74)씨는 오빠가 1995년 사망했는데도 14년 간 생존확인서를 거짓으로 써내 연 100만원씩 연금보험 1,400만원을 타냈고, 재중동포 나모(52)씨는 난소암 진단을 받은 중국 국적의 동생에게 자신의 의료보험증을 빌려주고 자신이 수술을 받은 것처럼 꾸며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요양급여비 1,600만원, 보험사에서 보험료 2,200만원을 받아 챙겼다.
정부합동 보험범죄 전담대책반(반장 허철호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장)은 25일 임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이씨 등 1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유사 사건 44건은 관할 지검에 이첩했다. 검찰 관계자는 "보험사기 유형이 다양하게 분화하고 있는 만큼 유관 기관과 연계해 단속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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