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과도정부가 다음달 7일 제헌의회 선거를 앞두고 무아마르 카다피 연계 세력을 뿌리뽑는 데 총력을 다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 "리비아 과도정부가 카다피와 관계된 이들이나 반혁명 인사를 걸러내기 위해 4,000여명의 출마자 이력을 철저히 살피고 있다"고 보도했다. 검증을 맡은 '진실과 애국을 위한 위원회'(CIP)는 "지난주부터 검증을 시작해 320명의 출마 신청을 취소했다"고 WSJ에 말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CIP와 별도로 신청자 650명을 부적격 처리했다.
이런 검증은 과도정부의 허약한 입지와 불안을 보여준다. 부족사회 성격이 강한 리비아에서는 카다피 사살 8개월이 지난 지금도 친ㆍ반 카다피 부족, 정부군, 민병대 간 유혈충돌이 계속되고 있다.
과도정부는 제헌의회를 장악하기 위해 19일로 예정됐던 선거를 미룰 정도로 준비에 공을 들이고 있다.
검증 과정에서 무리수도 따른다. WSJ는 "CIP와 선관위 어느 곳도 부적격 후보 판정 기준을 밝히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선거법은 ▦카다피 정권 고위직 출신 ▦카다피 일가 자선단체 근무자 ▦정부 장학금 수혜자 등을 출마 금지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지만 이 조항이 엄격히 준수되고 있는지 명확하지 않다. 치안 부재 상황에서 민병대가 친카다피 인사를 임의로 감금, 참정권을 박탈하는 일도 잦다.
카다피 정권의 총리로 해외 도피 중 튀니지에 구금됐던 알 바그다디 알리 알 마무디가 24일 리비아로 강제 송환된 것도 옛 정권 잔재 청산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리비아 국방부는 이날 "알 마무디가 헬기로 송환돼 트리폴리에 수감돼 있다"고 밝혔다. 카다피 정권 고위 관리가 재판 받기 위해 본국에 송환된 첫 사례다. 리비아 법원은 이를 계기로 구정권 인사의 재판에 본격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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