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31년째를 맞은 한국 프로야구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10구단 창단 유보로 촉발된 프로야구 선수협회(선수협)와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 간의 갈등이 올스타전 보이콧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선수협은 25일 서울 마포구 도화동 서울가든호텔에서 긴급 임시 이사회를 갖고 최근 불거진 10구단 유보 문제를 논의했다. 이사회에 앞서 박충식 선수협 사무총장은 "이 자리에서 올스타전 보이콧 등 모든 걸 논의하겠다"며 비장한 각오를 드러냈고, 박재홍 선수협회장을 비롯해 삼성 진갑용, LG 이대진, 두산 이혜천 등 선수들의 표정은 진지했다.
선수협은 3시간이 넘는 열띤 토론 끝에 "앞으로 KBO 이사회에서 10구단 창단에 대한 재논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올스타전 참가를 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10구단을 당장 창단하라는 요구가 아니라, 창단이 유보된 명확한 이유를 밝히라는 게 선수협의 입장이다. 또 야구 팬들에게 10구단 창단에 반대한 구단 대표들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9개 구단 대의원과 주장들은 10구단 창단 문제는 프로야구 존립이 걸린 사안이라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올스타전 개최 보다는 10구단 창단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구단 선수는 이사회가 끝난 뒤 "분위기는 그리 심각하지 않았다. 1~2개 구단 선수들은 올스타전 보이콧이 너무 강경한 대응이 아니냐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지만 대부분 선수들이 뜻을 함께 했다"며 "야구인들을 포함해 전문가들은 지난 19일 KBO 이사회의 결정을 순순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달 21일 대전구장에서 열리는 2012 올스타전은 팬들의 축제다. 그 동안 야구장을 직접 찾아 열띤 성원을 보내준 관중에게 보답하는 장이다. 하지만 KBO 이사회가 선수협의 요구사항을 쉽게 받아 들이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사상 첫 올스타전 무산 등 프로야구가 파국을 예고하고 있다.
선수협은 또 올스타전 불참에 따른 KBO의 징계에 대해서도 강력한 입장을 밝혔다. 박 사무총장은 "올스타전에 참가하지 않는 선수들은 야구 규약에 따라 10경기 출전 정지가 내려질 수 있다. 만약 이런 사태까지 이어진다면 후반기 리그 중단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파업까지 불사하겠다는 강경 입장이다.
이날 임시 이사회에서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차출 거부와 프로야구 선수노조의 설립 문제 등은 논의되지 않았다. 올스타전 보이콧을 선언하며 선수협의 강경한 입장을 밝히는 데만 주력했다.
KBO의 한 관계자는 "올스타전은 팬들을 위한 서비스 아닌가"라면서 "올스타전을 보이콧하겠다는 선수협의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10구단의 창단 승인과 올스타전은 별개의 문제다. 이 문제를 연계시킨 것부터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