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m의 룰렛' 승부인 승부차기에서 무엇이 잉글랜드를 주눅들게 만들었을까.
유로 2012 8강전의 빅매치 이탈리아와 잉글랜드의 25일 경기는 전ㆍ후반과 연장전까지 득점이 나오지 않아 승부차기까지 갔다. 선축에 나선 이탈리아는 1-1에서 두 번째 키커인 리카르도 몬톨리보가 실축하면서 1-2로 끌려갔다. 이탈리아가 여러모로 수세에 몰린 상황. 하지만 안드레아 피를로(33ㆍ유벤투스)의 환상적인 칩슛이 분위기를 완전히 뒤집었다.
세 번째 키커로 나선 피를로는 잉글랜드 골키퍼 조 하트의 움직임을 보고 기다렸다가 골문 한 가운데로 찍어 차서 골네트를 갈랐다. 세계 축구팬들도 모험적인 피를로의 슈팅에 눈이 휘둥그래졌다. 피를로의 여유 있는 모습은 안 그래도 '승부차기 악령'에 가슴 졸이고 있는 잉글랜드를 더욱 압박했다. 피를로는 "유로 대회처럼 큰 무대에서는 오히려 이런 슈팅이 더 성공하기 쉽다. 잉글랜드에 압박감을 주기 위한 의도도 있었다"고 말했다.
결국 피를로의 승부수는 적중했다. 심리적으로 위축된 잉글랜드는 3, 4번 키커가 연이어 골을 넣지 못했다. 애슐리 영의 슈팅은 크로스바를 강타했고, 애슐리 콜은 지안루지 부폰(34ㆍ유벤투스)의 선방에 막혔다. 이탈리아는 5번 키커인 알렉산드로 디아만티가 승부차기를 성공하면서 4-2로 승리했다. 반면 잉글랜드는 월드컵과 유로 같은 메이저 대회 승부차기에서 1승6패를 기록, '징크스'를 넘지 못했다.
특히 피를로는 1976년 체코슬로바키아 안토닌 파넨카의 '강심장 슛'을 재현해 관심을 끌었다. 파넨카는 유로 1976 결승전 서독과 경기에서 체코슬로바키아의 마지막 키커로 나서 칩슛으로 우승 트로피를 확정 지었다. 체코슬로바키아는 승부차기 접전 끝에 서독을 5-3으로 제압하고 유로 대회 첫 타이틀을 획득한 바 있다.
'마법사' 피를로는 과감한 플레이와 창조적인 패스로 '프란델리호'의 중심이 되고 있다. 2006년 독일 월드컵 우승 주역인 피를로는 이번 대회에서 종횡무진 활약을 펼쳐 '회춘'했다는 평가까지 듣고 있다. 4경기에 모두 출전한 그는 1골2도움을 올리고 있다.
'거미손' 부폰도 자신의 진가를 증명했다. 피를로와 함께 유벤투스의 2011~12 세리에A 우승을 이끈 부폰은 베테랑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야신상을 받은 그는 이번 대회에서도 철벽 방어로 아주리 군단의 빗장수비를 완성하고 있다. 부폰은 스페인과 조별리그에서 무수한 슈팅을 막아내며 8강 진출의 토대를 마련했고, 4경기를 2실점으로 선방하는 거미손다운 활약을 펼치고 있다.
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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