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최근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20-50'(1인당 국내총생산 2만달러 이상-인구 5,000만명 이상) 클럽에 가입했다. 이 정도 소득과 인구라면 최소한의 자체적인 '규모의 경제'가 가능해 향후 추가 성장 가능성도 높다는 평가다.
실제 우리에 앞서 20-50클럽에 들어간 6개국은 모두 가입 4~14년 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만달러를 넘어서면서 선진국의 입지를 다졌다. 그렇다면 한국에도 20-50클럽은 소득 3만달러 돌파의 보증수표가 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무사통과를 기대하긴 아직 이르다고 평가한다.
임형철 기획재정부 미래사회전략팀장은 "앞선 6개국 모두 2만에서 3만달러 사이에는 나름의 계기와 노력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1987년 가장 먼저 2만달러를 넘은 뒤 불과 5년 만에 3만달러까지 넘어선 일본은 당시 '잃어버린 10년' 직전의 최대 호황기를 구가하고 있었다. 소니, 도요타 등 글로벌 기업을 앞세워 미국을 제치고 세계1위 경제대국까지 넘보던 기술경쟁력이 바탕이 됐다. 88년 이후 9년 만에 3만달러 고지를 넘은 미국은 막강한 내수시장과 기축통화 발행국이라는 강점이 배경으로 꼽힌다.
반면 유럽 4개국(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은 유럽통합이라는 특수성에 힘입은 바 크다. 90년대 초ㆍ중반 일제히 2만달러 선을 넘은 이들 국가는 저임금의 동유럽을 생산기지 삼아 비용부담을 줄이는 한편, 유로화 강세에 따른 환율효과까지 더해지면서 2000년대 들어 3만달러를 넘어섰다. 유일하게 4년(91→95년)만에 3만달러를 넘어선 독일은 통독 후 ▦재건 차원의 재정투입 ▦동독 지역의 외국인 투자 유치 등이 가속효과를 냈다는 평가다.
이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향후 경제상황은 결코 낙관적이지 않다. 우선 인구 구성과 지속가능성 측면. 신제윤 기획재정부 1차관은 "노인층과 1ㆍ2인 가구 비중이 크게 늘면서 성장 활력이 떨어지고 전통적 가족 부양이 어려워지는 이중고를 겪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또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경제활동의 핵심인 생산가능인구는 올해 전 인구의 73.1%로 정점을 찍은 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하락해 2040년께 57%대까지 급락할 전망이다. 덩달아 잠재성장률도 지금의 4%대에서 1.7%까지 급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늘 대외 환경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우리로선 환율도 3만달러 달성의 주요 변수다. 김득갑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은 "달러ㆍ유로ㆍ엔화 등 글로벌 통화를 가진 6개국과 달리, 한국의 3만달러 달성은 어쩌면 수시로 오르내리는 환율 수준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여기에 1,0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와 부동산 버블 붕괴 우려 등은 언제든 3만달러 시대를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는 시한폭탄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우리만의 강점을 최대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IT와 자동차, 석유화학 등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제조업 기반을 꾸준히 양성하고 세계 최대 시장이 될 중국과의 인접성을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국제통화기금(IMF)은 2016년 한국의 1인당 GDP가 3만880달러로 '30-50' 클럽에 가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득갑 위원은 "FTA를 통해 중국ㆍ일본 시장만 잘 공략한다면 '40-50' 가입도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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