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위원회(KBO) 임시 이사회(19일)가 10구단 창단 유보 결정을 발표하던 구본능 총재의 표정은 너무나 허탈했다. 표결을 거치더라도 반드시 10구단 문제를 매듭짓겠다는 KBO의 의지가 물거품이 됐기 때문이다.
이날 KBO이사회는 9구단 창단을 논의할 때와 똑같은 말을 되풀이 했다. 새로 구단이 창단되면 선수 수급이 되지 않아 경기력이 저하된다는 구실을 내세웠다. 그리고 아마 야구를 활성화시킨 다음에 10구단을 창단하자는데 뜻을 모았다.
참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다각도로 검토하면 얼마든지 해결 방안이 있는데 지난 30년 동안의 거론된 문제점을 새삼 언급하면서 10구단 창단에 반대를 했으니 말이다.
앞으로 10구단 창단 유보로 인한 각종 악재가 돌출되지 않을까 싶다. 우선 10구단 유치 노력을 했던 수원이나 군산 시민들과 야구 팬들이 앞으로 어떤 행동을 할지 알 수 없다. 만약 선수협회가 거론하는 올스타전과 WBC 보이콧, 노조 문제 등 한국프로야구는 적잖은 상처를 입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10구단 창단으로 프로진출 문이 다소 넓어질 거라 기대했던 재학생들과 학부형들의 한숨 소리가 크다.
만약 각 구단에서 시장을 개척하고 확대 발전시키는 기업의 기본적 시장 논리로 10구단 창단 문제에 접근했다면 어땠을까. 아마 모두가 바라던 결론이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메이저리그는 초창기인 1871년부터 1876년까지 단 3시즌을 홀수 구단으로 운영한 기록이 있다. 하지만 1876년 내셔널리그가 8개 구단으로 정식 출범한 이후 140여 년 동안 언제나 짝수 팀으로 운영되고 있다. 왜 메이저리그는 짝수로 운영될까. 짝수가 정답이기 때문이다.
일부 구단 사장의 말처럼 우리나라 야구 인프라가 엄청나게 열악하지는 않다. 많은 야구인들이 음지에서 풀뿌리 야구 발전에 노력한 결과 최근 들어 눈에 띄게 야구 저변 확대가 이뤄지고 있다. 야구 저변 확대는 구단이나 KBO 야구협회보다 야구인들이 주도하고 있다. 김양경 연식야구 협회장은 연식야구가 서울시 학교 스포츠 클럽 7개 종목, 교과부 학교 스포츠 클럽 10개 종목에 포함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또한 그는 안전한 한국형 야구공을 개발해서 매주 토,일요일 1시간30분 동안 미취학 어린이부터 12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야구반을 운영하며 기초 야구기술과 예절 교육을 하고 있다. 현재 중학교 야구팀도 47개 팀이나 있는데 김광철 전 KBP 심판위원장이 교장을 맡고 있는 심판 아카데미 출신들을 심판으로 활용하고 있어 야구인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 그가 수년간 담당 공무원을 설득해 이같이 큰 결실을 맺었는데 KBO나 야구협회와는 무관하게 이룬 것이다. 해당 공무원들의 긍정적 접근이 없었더라면 오늘의 결과는 없었을 것이다. 야구인 모두가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KBO, 야구단, 야구인들이 힘을 합치면 10구단 창단 문제는 의외로 쉽게 풀 수도 있다. 분노한 수원과 군산 시민들의 마음은 KBO가 달래고, 선후배 야구인들이 대화의 폭을 넓히면 선수협회 문제도 쉽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각 구단 사장들은 야구 발전이라는 대승적인 차원에서 빠른 시일 안에 10구단 창단 문제를 심사숙고해서 재검토하고 해주길 바란다. 그래야만 야구계의 안정과 함께 폭발적인 야구 분위기를 지속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일보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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