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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호의 테크닉 논술] '상담교사 확대' 정부안에 이미 포함돼…일부 주장은 현실성 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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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호의 테크닉 논술] '상담교사 확대' 정부안에 이미 포함돼…일부 주장은 현실성 의심

입력
2012.06.25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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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의 원인은 물론 대단히 복합적인 것이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입시 위주의 교육을 꼽는 데에 주저하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다. 지금의 학교는 학생들이 미래 세대의 주인공으로서, 공화국 시민으로서 필요한 건전한 가치관과 민주적 가치를 학습하는 교육의 장이 아니다. 소수의 우등생과 다수의 낙오자를 솎아 내고 성적에 따라 줄세우기를 가르치는 또 하나의 사회다. 어느 탈학교 청소년의 말을 인용하자면, 학교는 졸업장을 주는 슈퍼다.

학생들은 바보가 아니다. 스스로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선택받지 못한 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조차 찾기 힘든 학교에서 그들이 상처받은 자존심을 폭력으로 회복하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물론 그렇다고 그들의 폭력이 정당화될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과 같은 대한민국의 학교 현장에서 학교폭력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일 것이다. 학교폭력이 몇 년의 간격을 두고 도돌이표처럼 언론의 주목을 받는 인기 아이템이 된 것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셈이다.

결국 지난 2월 6일 정부는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을 내놨다. 학생이 인용하고 있는 기사 내용에 따르면 복수 담임제, 가해학생에 대한 즉각 출석정지, 일진 경보제 실시, 피해학생의 치료비용 우선지원 등이다. 그 중에는 효과가 상당히 의심스러운 것도 많지만 어쨌든 이전에 비하면 나름대로 진일보한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학생은 자신의 글에서 이런 '제도적' 차원의 대책들을 간단히 일축해 버린다. 이어서 자신이 참여한 교육이나 걷기대회만을 예로 들며 정부 대책이 '인식적' 차원의 수준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연히 이것은 일방적 주장에 불과하다. 더구나 정부가 발표한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을 잘 뜯어보면 학생이 글에서 주장하고 있는 대책들을 이미 대부분 포함하고 있다. 학생은 학교폭력 전문 상담교사가 더 많이 배치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것은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의 첫 번째 항목에 포함되어 있다. 또 학생은 학생 간의 소통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것은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 세 번째 항목에서 이미 다루고 있는 내용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학생의 글은 자료 수집과 파악에 있어서 심각한 결함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물론 해당 기사에서 이런 세부적인 내용까지는 다루고 있지 않지만 자신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서술하여 다른 사람을 납득시켜야 하는 논술문에서 이런 실수는 더할 수 없이 치명적이다. 상대방의 주장을 반박하며 내놓은 대안이 사실 상대방이 이미 주장한 것이라면 논쟁이 성립할 여지조차 없다.

그나마 학생이 제시한 색다른 대책은 "학생들의 일을 선생님께 전달해줄 학생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이것이 현실성이 있을지는 대단히 의심스럽다. 만약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면 어떤 제도를 통해 이것이 실현될 수 있는지 설득력 있게 논증해야 한다. 학생이 지금까지 목격했거나 인지했던 학교폭력 실태를 한 번이라도 선생님에게 전달한 적이 있는지 되묻고 싶다. 구체적이지 않은 대책은 대안으로는 한계가 있다.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학교폭력 가해자들을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학생들로 인식하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생각일 뿐만 아니라 폭력적인 것일 수 있다. 상술했듯이 학교 폭력의 가장 큰 원인은 입시 위주의 획일적 교육과 인성 교육의 부재에서 찾을 수 있다. 어떤 의미에서는 학교 폭력을 일으키는 학생들은 경쟁 지향의 사회가 만들어 낸 또 다른 피해자다. 평소에는 무관심과 냉대로 일관하다가 문제가 되니 집단적 치료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은, 편리하긴 하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아니라 오히려 문제를 만들어 낸 한 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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