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국내 관객들을 가장 많이 모은 영화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어벤져스'다. 705만8,858명(24일 기준 영화진흥위원회 집계)이 관람해 2위인 한국영화 '범죄와의 전쟁:나쁜 놈들 전성시대'(468만3,598명)를 여유있게 따돌렸다.
'어벤져스'가 절대적인 수치로 상반기 최고 흥행작에 올랐다면 가장 짭짤하게 돈벌이에 성공한 외화는 무엇일까. 많은 영화인들이 주저하지 않고 프랑스 영화 '언터처블:1%의 우정'을 꼽는다. 장애가 있는 최상류층 백인과 거리를 떠도는 최하층민 흑인의 사회적 신분을 뛰어넘는 우정을 그린 이 영화는 171만8,426명이 찾았다.
200만 넘는 영화들이 상반기 12편이나 배출됐는데 뭐 대단한 것이냐고 반문할 수 있다. 지금까지 개봉한 프랑스 영화들과 비교해보면 '언터처블''의 성과를 가늠할 수 있다. '언터처블'의 흥행 성적은 국내에서 가장 성공한 프랑스 영화 '레옹'의 흥행 기록(150만명)을 뛰어넘는다. 이렇다 할 스타 배우가 출연하지도, 인지도 높은 거장이 연출하지도 않은 유럽영화로선 깜짝 놀랄만한 흥행 성과라 할 수 있다.
'언터처블' 열기는 지난달 열린 제65회 칸 국제영화제에서도 확인됐다. 국내 수입업자들이 프랑스 영화 구매에 적극 나섰고, '언터처블'의 투자배급사인 고몽의 부스 앞에 줄을 섰다는 후문이다. "로또 복권 일등이 탄생한 판매대에 사람들이 몰려드는 격"이라는 한 영화계 관계자의 말이 충무로에 분 '언터처블' 열풍을 함축한다.
'언터처블'의 흥행은 6년 전 극장가를 떠올리게 한다. 자극적인 제목으로 국내 관객들의 민족주의에 호소했던 '일본침몰'은 일본영화 역대 최대 관객(94만명)을 불러모으며 일본영화 붐을 일으켰다. 미국영화에 비해 저렴한 수입가격으로 높은 수익률을 올렸으니 대박을 좇는 사람들이 늘 수 밖에 없었다. 이후 일본영화의 수입가격은 터무니 없이 뛰어올랐고, 졸작들의 개봉 행진과 쪽박 행렬이 이어졌다. 일본영화에 대한 호감도는 급전직하했다. 올해 상반기 개봉한 일본영화 20편을 찾은 국내 관객은 불과 23만6,681명이다. 많은 수입업자들을 들뜨게 했던 '일본침몰'의 성공 신화는 하나의 신기루였던 셈이다.
아마도 '언터처블'의 성공은 프랑스 영화의 개봉 러시로 이어질 것이다. 프랑스 영화 애호가로선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후유증도 예상된다. 벌써부터 프랑스 영화의 수입가격 상승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영화동네에서 흘러나온다. '일본침몰'이 남긴 교훈은 여전히 유효하다. '타산지석'은 영화 흥행에도 적용될 만하다.
wender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