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가 우리금융지주 인수ㆍ합병(M&A)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간 “관심 없다”던 KB금융 고위 관계자들이 입장을 선회하며 ‘군불 지피기’에 나선 것.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민병덕 국민은행장은 지난주 박병권 노조위원장과 만남에서 “우리금융 인수전 참여는 직원들이 모두 찬성한다면 긍정적으로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어윤대 KB금융 회장도 같은 생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KB금융 측은 해명자료를 통해 “KB금융그룹은 우리금융 인수와 관련해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추진되거나 정해진 사항은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민 행장의 발언에 대해서도 “(노조에) 의견을 물어본 수준이지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금융위원회에서 우리금융 매각을 자신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민 행장의 발언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사실상 우리금융 인수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보고 있다.
이팔성 우리금융회장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시기와 방법 등에 대해서는 고민을 해봐야 한다”면서도 “KB금융과의 합병도 시너지가 있다”고 밝혀, 금융당국을 비롯한 KB금융, 우리금융 간 물밑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하지만 우리금융이 KB금융 품으로 안기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아 실제 인수로 이어질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현재 거론되는 가장 유력한 방안은 현금상환 합병 방식이다. 이는 합병 대가로 합병 신주 대신 현금을 비롯해 사채, 모회사 주식을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이 방식은 단순합병 보다 정부 소유 지분규모를 크게 줄일 수 있다. 금융권에서는 단순합병 시 예금보험공사가 합병 금융그룹 지분을 약 22% 보유하게 되지만 현금상환 합병을 할 경우 10% 초반대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 방안 역시 정부 지분을 완전히 없앨 수 없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또 지난해 금융지주사법 개정 무산으로 인해 KB금융이 우리금융 주식 95% 이상을 인수하려면 엄청난 금전적 부담을 져야 한다. KB금융지주 경영진이 주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우리금융을 인수하기 힘든 구조다.
무엇보다 노조의 반발도 뚫기 힘든 장벽이다. 국민과 우리 양측 노조 모두 “총력 저지”를 예고한 상태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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