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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 갈등… 두 쪽 난 문래동 창작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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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 갈등… 두 쪽 난 문래동 창작촌

입력
2012.06.24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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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쫓겨나면 더 이상 갈 데가 없어요. 갑자기 임대료를 두 배로 올려달라니, 어떡할지 모르겠네요."

2, 3층 높이의 낡은 단층 건물들이 즐비한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의 철공소 골목. 40년 이상 세월을 견뎌온 낡은 철공소와 10여년 전부터 들어선 젊은 예술가들의 작업실이 공존하며 도심 속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주목 받았던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문래창작촌'이 재개발을 앞두고 위기에 처했다.

문래창작촌 일대에는 현재 100여 곳의 작업실에서 예술가 20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홍익대 주변에서 활동하던 가난한 젊은 예술가들이 높은 임대료에 밀려 상대적으로 저렴한 이곳 공장지대로 옮겨오기 시작한 것이 2003년이다. 하지만 3월 한 지역신문에 재개발 조감도가 실리는 등 재개발 시행이 얼마 안 남았다는 이야기가 나돌면서 갈등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개발 이익을 원하는 토지ㆍ건물 소유주들이 젊은 예술가들을 재개발의 걸림돌로 여기며 예술작품의 철거를 요구하거나 임대료를 올리기 시작했다.

문래창작촌 예술가들의 커뮤니티인 '대안공간 문'의 운영자 이소주(38)씨는 "간판 형태의 공공미술 작품을 건물 벽에 설치했는데 문래동이 예술인 마을로 인식되기 시작하면 재개발 자체가 힘들 수 있다며 건물주가 철거해달라 했다"며 "건물주들이 예술가들을 재개발의 반대세력으로 인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3월 도시농부 사업으로 주목받던 한 건물의 옥상 텃밭도 건물주의 요구로 반토막이 났다. 2명의 건물 공동 소유주 중 예술가들의 활동을 반대하는 한 명의 철거 요구로 텃밭 절반이 치워졌다.

또 2월 예술가들이 '지속가능한 문래동을 위한 모든 질문들'이라는 주민간담회를 열고 대안적 재개발을 위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직후 건물주 50여명이 모임을 갖고 임대료를 인상키로 의견을 모았다. 한 부동산중개소 관계자는 "평당 1만원이 평균 시세였는데, 건물주들이 크기에 상관없이 월 30만원을 하한선으로 하고, 월세를 두 배 정도 올려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건물주 모임에 참여했던 한 건물주는 "최근 임차인들인 예술인재개발조합을 결성하려는 등 (재개발에 반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걱정이 되는 게 사실"이라며 "재개발이 지연되면 결국 우리만 재산권 침해를 당할 수밖에 없어 손을 써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예술가들은 임대료 인상이 재개발을 위해 미리 예술가들을 쫓아내기 위한 조치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임대료 부담으로 작업실을 이전하는 예술가들이 생겨나고 있다. 작업실을 옮기기로 한 조각가 이모(34)씨는 "2007년 20만원이던 월세가 얼마 전 80만원으로 올랐다"며 "10년 가까이 비어 있던 공간에 들어오면서 내 돈을 들여 전기ㆍ수도 공사까지 다했지만 시설비도 한푼 돌려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7월 말이 임대차계약 만료일이라는 회화작가 전모(36)씨는 "지난주 건물주 쪽에서 작업실을 보겠다고 찾아오더니 250만원에 22만원이던 보증금과 월세를 두 배로 올려달라고 했다"며 한숨을 쉬었다.

재개발 때문에 지역사회에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화가 김꽃(28)씨는 "철공소 노동자들이 찾아와 작품을 감상하고 소감을 열심히 얘기해 주곤 했는데 10년 가까운 시간을 들여 이렇게 만들어진 생활예술 생태계가 재개발 때문에 무너지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에서 8년간 활동하다 지난달 이곳에 터를 잡은 사진작가 케이 채(33)씨는 "뉴욕 브루클린의 공장지대 덤보도 비싼 임대료에 밀려난 젊은 작가들이 모여들며 세계적 문화예술공간으로 탈바꿈했다"며 "공존의 모델을 찾도록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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