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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감 살리려다… 보이스피싱 도와준 드라마 '유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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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감 살리려다… 보이스피싱 도와준 드라마 '유령'

입력
2012.06.24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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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가 어딘가요? 그쪽 번호로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의심 전화가 걸려왔다는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경찰청 신모 경감은 이달 초 인천경찰청 112신고센터로부터 황당한 전화를 받았다. 자신의 사무실 번호인 '02-3150-1718'이 보이스피싱에 도용된 것 같다는 설명이었다. 상황 파악에 나선 신 경감은 엉뚱하게도 SBS 드라마 '유령'이 발단이 됐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와 수사관들의 활약상을 다룬 이 드라마는 경찰청사를 주요 무대로 한데다 수사관들이 실제로 쓰는 보안 PC와 출입증 등이 등장해 현장 경찰관들 사이에서 "사실감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데 5월 말에 방송된 이 드라마 2회분에서 등장인물의 휴대전화 발신번호 창에 뜬 신 경감의 사무실 번호가 화면에 잡혔다. 이 번호가 보이스피싱에 도용된 것이다. 신 경감은 "여러 사람에게서 '좀 전에 계좌에서 돈이 무단으로 인출됐다는 전화를 받고 서울중앙지검으로 가려 하는데 어디로 가면 되느냐'는 전화가 와서 보이스피싱이라고 알려줬다"며 "전화를 받은 사람들이 금전적 피해를 당할 수 있는 상황이어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 번호의 수신을 차단하고 '지금 전화하신 번호는 보이스피싱 범죄에 도용돼 사용 중단하고 있다'는 메시지가 나가도록 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드라마의 사실성을 높이기 위해 실제 경찰청 전화번호를 사용한 것 같은데 그러다 보니 보이스피싱에까지 도용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보이스피싱 범죄자들이 그만큼 겁도 없어졌다는 걸 반증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과 연계해 지난 3월부터 피해자들에게 16억원 상당을 빼돌리다 24일 구속된 임모(45)씨 일당 7명은 인출책이 검거되자 담당 경찰관에게 전화를 걸어 변호사를 사칭하며 수사 정보를 빼내려 하는 행태까지 보이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변호사라면서 천연덕스럽게 '거기 누구 잡혀와 있죠'라고 해서 대답을 할 뻔했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임씨 등은 카드리더기로 피해자들의 현금카드 정보를 빼낸 뒤 중국에서 직접 현금을 인출하는가 하면,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를 통해 피싱사이트로 유인한 뒤 공인인증서를 재발급받도록 하는 방식으로 정보를 알아내 돈을 가로챘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박철현기자 k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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