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저당 설정비'를 둘러싼 다윗과 골리앗의 한판 법정싸움이 25일 시작된다. 근저당 설정비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드는 법무사 수수료와 등기비용으로, 대출 1억원당 60만원 안팎이다. 원고는 4만1,000여 명의 소비자고, 피고는 300여 금융기관이다.
한국소비자원은 24일 "금융기관이 대출 고객에게 전가한 근저당권 설정 비용을 환급하라는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25일 집단소송을 제기한다"며 "3월말까지 집단소송 참가자 4만1,000여 명의 접수를 받아 전국의 집단소송 전문변호사 13명에게 소송을 의뢰했다"고 밝혔다. 변호사들은 이미 두 차례 전체회의를 통해 피해사례를 금융기관 별로 분류했으며, 25일 서울중앙지법에 일제히 근저당 설정비 부당이득 반환 청구소송을 내기로 했다.
원고들이 문제 삼은 대출은 5만여 건, 소송가액은 300억원에 이른다. 한국소비자원의 집단소송에 참가하지 않은 소비자들도 법무법인 태산 등을 통해 별도의 집단소송을 벌이고 있다. 원고 승소 시 추가소송에 따른 배상액이 10조원이 넘을 것으로 전망돼 은행권에 초비상이 걸린 상태이다. 신한은행과 대구은행, 일부 저축은행을 맡은 김병진 변호사는 "국가기관이 민간기업을 대상으로 국민 소송을 지원하는 최대 규모의 소송"이라고 말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8월 '근저당 설정비 등 대출 부대비용을 소비자가 부담케 한 은행 약관은 불공정하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고,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도 올초 은행들에게 '2003년 1월 이후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근저당 설정비 전액을 고객에게 환급하고 인지세는 50% 돌려주라'고 결정했다. 이에 대해 은행연합회 측은 "은행이 담보대출을 하는 과정에 고객과 합의해서 근저당 설정비를 받은 만큼 돌려줄 의무가 없다"며 맞서고 있다.
대구=전준호기자 jh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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