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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학교가 미래다] <2> "교사·학부모도 변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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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학교가 미래다] <2> "교사·학부모도 변했어요"

입력
2012.06.24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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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관하던 아빠들이 학교에… 아이들과 독서·특강·운동 '밀고 끌고'

일요일이었던 지난 3일 경기 파주시 법원읍 자운서원. 수령 360년인 우람한 느티나무 두 그루에 둘러싸인 강인당(講仁堂)에 학생과 학부모 30여 명이 모여 앉았다. 복장만 갖춰 입었으면 과거 유생들의 강학 모습을 연상시킬 만했다.

이들은 2010년 개교와 함께 혁신학교로 지정된 파주 해솔중학교 학생들과 학부모들이다. 학교 내 독서모임은 흔하겠지만 해솔중 독서모임은 상당히 독특하다. 재학생 아버지들이 주도하는 모임이기 때문이다.

해솔중 교과 과정에 아버지들이 뛰어든 것은 지난해 3월 아이들과 즐겁게 놀아보자는 목표로 '아버지 모임'을 결성하면서부터다. 아버지 모임은 매주 월ㆍ화ㆍ수요일 오후 50분간 책을 함께 읽고, 10분간 토론을 하는 독서모임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두 차례 학생 교사들과 함께 하는 산행을 마련했고, 이달 초에는 1박2일 캠프를 직접 열어 학생들을 초대했다. 올 여름방학 때는 4박5일간 아버지와 함께 하는 자전거 여행을 떠날 예정이고, 아버지 특강과 '해솔 난토(난상토론)'도 준비 중이다. 재학생들이 졸업한 뒤에도 모임이 이어질 수 있도록 아버지 모임 리포트도 발간할 계획이다. 활동 1년이 지나면서 어느새 학교 명물이 된 이 모임은 현재 가입회원이 150명에 이르고, 고정적으로 참여하는 회원도 30여명이나 된다.

독서모임에 참여한 학부모 장현일(44ㆍ회사원)씨는 "학교 활동에 참여하면서 학교가 중심이 된 공동체를 만드는 기분"이라면서 "아이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 참여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박종규(46ㆍ회사원)씨도 "시간 내기가 어려울 것 같지만 다 마음 먹기 나름"이라고 말하자 박씨의 딸인 2학년 시아(14)양은 "아빠와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게 가장 좋은 장점"이라고 화답했다.

혁신학교에서는 학생뿐 아니라 학부모들에게도 변화가 시작됐다. 교육의 주체이면서도 방관자에 머물기 일쑤였던 학부모들이 학교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교사들은 부담을 덜고, 자녀들은 기쁨을 얻고 있다. 교사와 학생의 변화에 이어 학부모까지 달라지면서 혁신학교는 성공적 공교육 모델로 점차 자리잡아가고 있다는 평가다.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혁신 초등학교의 경우 월 1회 이상 정기적으로 학교 활동에 참여한 학부모는 2009년(7개교) 737명에서 지난해(45개교) 7,609명으로 늘어났다. 중학교도 2009년(6개교) 150명에서 지난해(32개교) 1,269명으로 증가했다. 학교 당 평균 학부모 참여 인원을 따지면 초등학교는 2009년 105명에서 지난해 169명으로 증가했고, 중학교도 2009년 25명에서 지난해 39명으로 늘었다. 이는 혁신학교가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학부모의 참여를 유도하기도 했지만 자녀들의 변화를 직접 목격한 학부모들이 학교활동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다는 방증이다.

해솔중은 아버지들의 일정에 맞추기 위해 학사일정도 조정했다. 매년 입학식과 졸업식을 오전 시간대가 아닌 오후 7시에 열어, 아버지들이 퇴근 뒤 행사에 참가한 뒤 가족과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 같이 학부모 참여가 활발해지면서 올 3월 학부모위원 선출 때는 2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해 후보들이 유세를 하는 기현상도 벌어졌다. 문종석(42) 해솔중 수업혁신부장은 "다른 학교에서는 교사들이 학부모들에게 학부모위원을 맡아달라고 통사정을 해도 정원을 맞추기 어려운데 이 곳만큼은 예외"라고 말했다.

양평 수입초등학교에서는 학부모들이 나서서 아이들의 진로 결정을 돕는 '학부모회가 운영하는 직업체험학교'를 열고 있다. 한의사와 약사, 은행원, 군인, 경찰관 등 흔히 접할 수 있는 직업 외에도 큐레이터, PD, 건축가, 예술가, 야구선수 등 다양한 직업의 학부모들이 강사로 나서 아이들이 장래 희망을 정하는데 도움을 줬다.

또 수원 송죽초등학교는 학부모 대상 동화 구연 자격증 프로그램, 교사 학부모 체육대회, 아빠와 함께 하는 광교산 등반 체험활동 등 학교 교육 전면에 학부모들이 나설 수 있도록 후원하고 있으며 평택 죽백초등학교는 학부모 동아리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과 동아리 활동을 함께하도록 하고 있다. 도교육청은 혁신학교가 2, 3년쯤 지나 확고한 자리를 잡게 되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학부모들의 참여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해솔중 아버지모임 이금곤(48) 회장은 "혁신학교 주체 중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 학부모"라며 "학교폭력 문제도 결국은 학부모가 나서야 하고, 특히 자녀교육에 무관심해온 아버지들이 나서야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김창훈기자 chkim@hk.co.kr

■ 변화의 열쇠는 교사에… 일반 수업·혁신 과정 병행

경기 혁신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에게 '가장 큰 변화가 뭐냐'고 물어보면 이구동성으로 '선생님'을 꼽는다. 그 동안 선생님과의 사이에서 보이지 않는 벽을 느껴야 했던 아이들에게 때론 친구 같고 때론 가족처럼 다가오는 혁신학교 교사들은 신선한 충격이었다는 것이다. 혁신학교 아이들은 "학교에서 항상 권위의 상징이었던 교장ㆍ교감 선생님들이 이제는 언제라도 달려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친근한 대상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혁신학교가 성공하기 위해선 교사들의 변화가 필수다. 혁신학교 선정 조건도 교장을 비롯한 교사들이 얼마나 열성적인 가에 달려 있다. 학교 교과과정 선정과 운영계획 등이 고스란히 교사들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특히 혁신학교의 경우 일반 교과과정 외에 혁신교육과정을 덤으로 진행해야 해 교사들의 헌신은 절대적이다. 혁신학교는 또 창의, 자발성을 중시하는 풍토에 맞춰 교장이나 교감이 평교사의 의견을 대폭 수용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혁신학교 교사들 스스로도 성공적인 혁신학교 정착을 위해서는 교사가 열쇠라고 입을 모은다. 교사들이 한걸음 아이들에게 먼저 다가갈 때 아이들은 두, 세 걸음 다가온다는 것이다.

혁신학교 지정 3개월째인 연천군 백학중의 박선미(31)교사는"일반 수업 외에 다양한 혁신 프로그램들까지 준비해야 해 처음에는 부담감이 상당했다"며 "하지만 아이들이 즐거워하면서 공부에 몰입하는 것을 보고 학교를 변하도록 만드는 것은 결국 교사의 몫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관리자 입장에서 혁신학교를 3년간 지켜봐 온 남양주 호평중의 한장석(58) 교감은 "교사의 열의와 관리자인 교장ㆍ교감의 민주적 리더십이 하나가 돼야 혁신학교가 정착될 수 있다"며 "혁신교육의 큰 틀만 잡아주면 교사들이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내고 참여한다"고 강조했다.

교사의 열의는 혁신학교 지원율에 고스란히 나타난다. 초등학교 초빙교사 지원율의 경우 2010년 0.74대1로 미달이었지만, 지난해는 1.36대1이었다. 또 중ㆍ고등학교는 2010년 지원자가 단 한 명도 없다가 지난해는 3.4대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이는 혁신학교가 점차 '가고 싶은 학교'로 인식되면서 혁신교육을 위해 준비된 열성 교원의 지원이 점차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김상곤(63) 경기도교육감은 "학교 구성원이 모두 중요하지만 혁신의 핵심은 교사에게 있다" 며 "혁신학교가 성공하려면 준비된 교사가 학생 지도에 전념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기중기자 k2j@hk.co.kr

■ 미얀마 민주화 논하고… 직업 체험하고… 이색 수업 눈길

'직업체험', '학부모진로교실', '해외NGO활동, '학생자치기구'

혁신학교가 자리잡는 데는 이색적인 혁신프로그램도 한몫하고 있다. 직업체험과 학부모진로교실, 해외NGO활동, 학생자치기구 등 대학에서나 볼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즐비하다.

경기 성남 이우학교는 해외통합기행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1학년 학생들이 9박10일 일정으로 아시아 특정국가를 탐방해 NGO 봉사와 함께 비판의식을 키운다. 탐방학습 주제에는 '버마의 민주화', '베트남의 전쟁과 평화', '필리핀의 빈곤과 교육, 그리고 NGO' 등 고교생이 소화하기에는 다소 묵직한 이슈들로 짜여있다.

시흥 장곡중의 자치회의는 혁신학교의 특징이 그대로 드러난다. 이 학교 학생들은 자치회를 구성해 매달 1차례씩 교장ㆍ교사들과 학교 발전을 위한 회의를 연다. 회의는 전 교실에 생중계한다. 학생들은 자치회의를 통해 교복 디자인도 스스로 정하고 축제내용도 결정한다. 생활규정도 스스로 만들거나 고쳐나간다.

광명 소하중학교의 진로체험 프로그램도 흥미롭다. 패션을 비롯해 사진과 법조인, 동시통역사, 애니메이션, 과학, 로봇 등 직업체험동아리만 38개다. 또 자신이 원하는 직업을 가진 학부모 등의 직장을 직접 방문해 실사를 벌인 뒤 포트폴리오도 구성한다.

양평 세월초교는 동네가 배움터다. 마을의 사계절 관찰, 마을 생명체 찾기, 놀이터 그림자연극, 마을 타임캡슐, 영화 만들기 등 자신의 생활을 교육으로 연계해 자신감과 창의성을 키운다.

고양 덕양중은 멘토링 스쿨로 유명하다. 고양청소년멘토링지원센터, 한국항공대, 대한민국교육봉사단 등과 MOU를 체결해 학습, 동아리, 지역봉사 활동 등을 펼친다. 대학생 등이 역할모델이 돼 가치관 정립과 진로교육에 한층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범구기자 eb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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