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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 연재소설 여울물소리] 3. 집을 버리다 <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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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 연재소설 여울물소리] 3. 집을 버리다 <61>

입력
2012.06.24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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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척뻘 되는 아우가 지금 경치고 있어서 뵙자고 하였소만……

본향이 어디고 이름은 무엇이며 지은 죄는 뭐랍디까?

옥사정은 이런 자리가 한두 번이 아닌지라 머리꼬리 자르고 대뜸 물었고 서일수도 일단 마음이 편해져서 말한다.

이름은 박도희라 하고 본향은 충청도 덕산이며 사문난적 죄에 연루되었다오.

옥사정이 잘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사람이 있지요. 동범으로 잡힌 자가 몇 사람 더 되는 것 같소만. 한 달 전에 의금부에서 넘어온 건인데 그 수괴는 곧 참형 효수될 거외다. 박 아무개란 사람은 우연히 모임에 갔다가 섞여서 체포되었을 뿐 자기는 죄가 없다고 지금도 주장하고 있지요. 다만, 십여 명의 사람들 중에 글을 아는 자가 수괴 이외에 두어 명인데 박 씨는 경서를 두루 읽은 자라 금부에서도 의심하고 있다고 합니다.

옆에서 듣고 있던 김만복이 끼어들었다.

아니, 그러니까 박 아무가 지금 어떤 형을 받았느냐 이거지. 무슨 콩이네 팥이네 하구 있나?

자네두 잘 알지 않나? 원래 그런 죄란 혹세무민한 수괴는 엄형에 처하고, 동조하여 부화뇌동한 자들은 태형 이후에 대개는 유배 보내는 걸로 끝난다네. 임술 난리 이후로 지난 이십여 년 동안 전국 팔도에서 민란과 화적 출몰이 그치지 않는 터에 지난 오 년간은 난민의 출몰이 더 극성해지구 있다네. 좌우 포도청 옥은 이미 죄수로 가득 찼고, 서린 전옥서에도 작년부터 지연된 송사로 옥내가 터져나갈 지경이지. 그래서 이미 지방 관아에다 역적죄라도 양반이 아니면 민란 부류는 압송하지 말고 현지에서 처결하도록 하명이 있었다네.

만복이 이번에는 서일수에게 물었다.

그 사람이 대체 무슨 일을 저지른 거요?

글쎄 나야 자세한 건 모르고, 정감록인가 뭔가 잘 안다는 사람이 있어서 쟁론하러 갔다는 모양이든데. 아무튼 공것 바라면 탈이 나는 게지.

서일수의 말에 만복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콧방귀를 뀌었다.

흥, 정감록이 언제 적 얘긴가. 뒤집어진다구 백 년을 떠들어도 세상이 그렇게 만만한 게 아닙디다. 형님 염려 놓으슈, 그런 정도의 죄라면 유언비어로 관가에서 곤장 맞고 나온 놈들이 쌔고 깔렸소.

만복의 말에 옥사정도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아마 변방 유배 정도로 처결될 걸세.

그 사람 고향에서 변방이라면 가까이는 남도 바닷가요 멀어봤자 제주쯤 떨어지겠네. 그냥 두었다가 유배 길에 나장에게 돈 좀 주고 빼내면 되겠군.

그 자리에서 당장 내일이라도 우선 전옥서에 면회를 가기로 하고 옥사정과 관문 앞에서 만나기로 약조가 되었다. 서일수가 만복의 충고대로 수십 냥의 인정전을 옥사정에게 건넨 것은 물론이었다. 이튿날 일수와 신통이 아침 먹고 서린방 전옥서로 찾아가니 관문 앞에 죄수들의 바라지를 하려는 가족들이 하얗게 늘어섰다. 두 사람이 두리번거리는데 어느 틈에 그들 곁으로 다가온 옥사정이 가만히 말했다.

날 따라오슈.

관문 앞에 버티고 섰던 옥졸은 저희 상관과 함께 들어가는 두 사람을 곁눈질로 바라볼 뿐 말도 걸지 않는다. 정대문의 왼편에는 사령청(使令廳)이 여염의 행랑처럼 담에 잇대어 있고 오른쪽에 또한 담이 막아섰는데 옆으로 작은 쪽문이 있었다. 마당 건너 정면에 일직선으로 담이 가로막혔고 가운데 정문이 있고 왼편은 서리방(書吏房)과 그 옆의 중문 안으로는 주부방(主簿房)이 있었다. 담장의 오른쪽 끝에는 옥리들이 감옥 안으로 드나드는 쪽문이 있었다. 옥사정은 두 사람을 데리고 대문 옆의 쪽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바깥담에 잇대어진 칸막이가 여러 칸 있으니 죄수의 식구들이 사식을 넣어주는 곳이었다. 담의 끝에는 따로 양반들이나 벼슬 살던 죄인들이 가족과 만나는 제법 널찍한 방과 대청이 있었다. 옥사정은 서일수와 이신통을 대청에 올라앉게 하고는 은근하게 말했다.

내가 이미 위에 다 말해 두었으니 염려 마시오. 내 얼른 가서 박 서방을 데리고 나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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