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좌파 성향의 페르난도 루고 파라과이 대통령이 22일 의회 탄핵으로 사임하고 페데리코 프랑코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승계하자 남미 각국이 일제히 비난하고 나섰다.
아르헨티나는 23일 "루고 전 대통령의 탄핵은 민주주의 질서를 파괴한 것"이라며 파라과이 주재 자국 대사를 철수하고 단교하겠다고 선언했다. 브라질과 우루과이는 자국 대사 소환 방침을 밝혔다.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아르헨티나), 우고 차베스(베네수엘라), 라파엘 코레아(에콰도르) 등 남미 좌파 대통령들은 이번 탄핵을 쿠데타로 규정하며 "파라과이 새 정부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우파 정부가 집권 중인 콜롬비아와 칠레는 "루고 전 대통령에게 변론할 시간이 충분히 주어지지 않아 유감"이라며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남미 차원의 대응은 28일 열리는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 정상회의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은 남미 정치ㆍ경제 공동체인 남미국가연합과 메르코수르에서 파라과이를 제명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콜로라도당의 61년 통치를 끝내고 2008년 취임한 루고 대통령의 탄핵은 발의 30시간 만에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15일 농장 점거 시위 중인 소작농과 경찰의 충돌로 17명이 죽고 90명이 다친 사건이 탄핵 이유였다. 탄핵안이 콜로라도당 등 야권이 장악한 상ㆍ하원에서 통과되자마자 대통령궁을 떠난 루고 대통령은 24일 수도 아순시온에서 지지자들의 가두시위에 참가해 "의회의 쿠데타가 벌어졌다"고 비난하면서도 "평화의 이름으로 탄핵을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내년 8월 대선까지 임기를 수행하게 된 프랑코 신임 대통령은 이날 "파라과이가 부당한 제재를 받지 않도록 루고에게 도움을 청할 것"이라고 AFP에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오랜 독재를 겪은 파라과이가 행정부를 견제할 의회 권력을 강화한 것이 사태의 발단"이라며 "농민, 노동자를 대변하던 루고의 퇴진으로 토지 불평등 분배, 가난 등 파라과이의 고질적 문제가 심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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