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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도모노우라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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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도모노우라의 교훈

입력
2012.06.24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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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혼슈(本州) 시코쿠(四國) 규슈(九州) 지역으로 에워싸인 세토(瀬戸) 내해는 600여개의 크고 작은 섬이 어우러진 풍광이 아름다워 일본에서 최초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경승지이다. 밀물과 썰물이 교류하는 지역이라 항구도시로도 번창했다. 이중에서도 히로시마(広島)현 후쿠시마(福山)시의 도모노우라(鞆の浦)는 조선통신사가 교토(京都)로 가던 중 며칠을 머무는 정례 코스였을 정도로 풍광이 뛰어나다. 일본 근대화의 주역이자, 일본인이 가장 존경하는 사카모토 료마(坂本竜馬)가 이끄는 선박이 인근에서 침몰, 한동안 이 곳에서 기거한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있어 더욱 유명해졌다. 150년이 넘은 등대, 선창과 연결되는 나무 계단 등 유적지가 많아 주민들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도모노우라가 최근 다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것은 일본의 대표적인 애니메이션 영화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가 2008년 공개한 '벼랑위의 포뇨' 덕분이다. '인어공주'의 해피엔딩 버전쯤 되는 이 영화를 구상하기 위해 미야자키 감독은 도모노우라에서 6개월 이상 머물며 이 지역의 풍광을 상세하게 담았다. 영화는 그 해 일본 최고 흥행수입은 물론 일본 역대 영화 흥행 10위권에 드는 성공을 거뒀다. 영화가 상영된 이후 도모노우라를 찾는 관광객이 급증한 것은 물론이다.

미야자키 감독이 영화 구상을 위해 도모노무라에 머문 것은 이 지역의 풍광을 알리는 것 외에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이곳은 워낙 오래 전 마을이 형성되다 보니 도로가 많지 않은데다 폭도 좁아 만성체증이 극심했다. 히로시마현과 후쿠시마시는 1983년 교통체증을 해소하기 위해 앞바다 2㏊가량을 매립하고 바다를 가로지르는 다리를 놓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 계획을 두고 개발을 강행해야 한다는 주민과 경관을 보존해야 하는 주민으로 나눠져 대립해왔다. 개발찬성 주민들은 도로가 협소하다 보니 보행자가 늘 위험에 노출되는 불안을 호소하고 있고, 반대 주민들은 아름다움을 지키려면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대 주민들은 2007년 매립중단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세계유산 후보지를 조사하기 위해 이 곳을 둘러본 유네스코 자문위원들도 계획 중단을 요구하는 권고를 결의했다. '미래소년 코난' '모모노케히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을 통해 환경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져 온 미야자키 감독은 다섯 살배기 소년과 인어의 우정 이야기에 자칫 사라질 지 모르는 마을의 풍광을 맛깔나게 조화시킴으로써 마을을 보존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을 실었다. 영화가 상영된 지 1년이 지난 2009년 10월 히로시마 지방법원은 주민들의 경관이익을 인정, 공사중단을 명령했다. 히로시마현은 곧장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다리 건설에 대한 팽팽한 찬반논란은 2009년 11월 유자키 히데히코(湯崎英彦) 히로시마현 지사가 새로 취임하면서 새 국면을 맞게 됐다. 유자키 지사는 마주하기조차 싫어하는 찬성파와 반대파 주민을 한데 불러 대화의 장을 마련, 2010년 5월 주민협의회를 설치했다. 19차례에 걸친 대화 끝에 도로, 하수도의 정비 및 방재대책, 경관배려 등 상당부분에서 합의를 이뤄냈다. 다리 건설의 최종 판단은 유자키 지사에게 일임키로 했다. 최종결정권을 쥔 유자키 지사는 다리 건설을 포기하는 대신 마을 산중턱에 터널을 만드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터널만으로는 교통체증을 해소할 수 없다는 반대 여론이 있기는 하지만 끈질긴 대화를 통해 결론에 도달한 만큼, 30년간 주민갈등을 야기시킨 문제는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국내 유일의 세계자연유산인 제주도가 최근 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싸고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도모노무라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을 듯하다.

한창만 도쿄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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