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K팝 그룹들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니 놀라워요." 23일 저녁 홍콩 대표 공연장인 아시아 월드 엑스포 아레나에서 열린 KBS 'K팝 페스티벌-뮤직뱅크 인 홍콩'을 본 마삼리(15)는 오랫동안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72개국에서 생방송되는 뮤직뱅크가 이번엔 홍콩 팬들을 직접 만났다. 지난해 7월 도쿄, 올해 2월 파리에 이어 세 번째 해외 나들이다. 이날 10대 소녀들을 비롯해 딸의 손을 잡고 온 엄마, 그리고 20대에서 30대 초반의 직장 여성 등 1만여 팬들이 K팝 스타들을 맞았다.
오후 7시30분께 엠블랙이 '전쟁이야'로 포문을 열고 이어 에프엑스 아이유 인피니트 씨엔블루 원더걸스 비스트 동방신기가 후텁지근한 홍콩의 밤을 더욱 뜨겁게 만들었다. 씨엔블루 정용화가 "아 유 레디"를 외치며 '외톨이야'를 부르자 가사를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원더걸스의 '노바디'가 나오자 엄마와 딸이 함께 춤을 추는 등 객석이 들썩거리기도 했다. 이날 하이라이트는 중화권의 스타 동방신기였다. 동방신기가 '왜' '미로틱' 등 히트곡들을 부르며 격정적인 안무를 선보이자 절정에 이르렀다.
중간중간 홍콩 팬들을 고려한 스페셜 무대도 빛났다. 비스트가 중화권에서 큰 인기를 얻은 '꽃보다 남자'의 주제가를 부르고, 아이유와 엠블랙이 비의 '레이니즘'을 들고 나왔다. 1980, 90년대 한국에서 인기를 얻었던 홍콩 영화 OST 중 정용화, 선예 등이 '원 써머 나잇'을, 에프엑스의 빅토리아가 '첨밀밀'을 중국어 버전으로 불렀다. 마지막 무대에는 출연 가수들이 모두 한자리에 올라 아리랑을 부르며 한국을 각인시켰다.
동방신기 원더걸스 씨엔블루를 제외한 대부분의 가수들은 홍콩 데뷔무대였으나 관객들은 최신곡까지도 이미 알고 있었다. 첸윙렌(15)은 "인터넷을 통해서 가수들이 출연한 프로그램을 찾아본다"고 말했다. 홍콩 CCTV의 찬윙키 기자는 "원더걸스의 '노바디'가 대중적으로 유행한 이후 다양한 그룹들이 뒤를 이어 K팝의 인기가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홍콩에 교환학생으로 체류중인 박광규(23)씨도 "과거 J팝이 우세였다면 이제 대세는 K팝으로 확실히 넘어왔다"고 말했다.
앞서 홍콩 공연 소식이 알려지면서 KBS 월드 채널을 통한 팬들의 문의가 빗발쳤고 예매 사이트는 오픈과 동시에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다. 이날 입장권 가격은 15만~19만원이었으나 거의 전석이 매진됐다. 전날부터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노숙도 마다하지 않았다.
전진국 예능국장은 "이번 공연은 큰 흑자를 내지는 않았지만 한류를 지속적으로 확산시킨다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며 "1만명 정도의 인원을 모을 수 있는 해외 공연을 계속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뮤직뱅크 인 홍콩'은 KBS에서 내달 6일 오후 6시 10분 방송되며 홍콩 최대 민영 방송사 TVB에서 중계된다.
홍콩=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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