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 달라졌죠. 앨범 판매량도 팬클럽 회원수도 모두 10배, 20배가 됐어요."(박근홍)
TV의 힘은 대단했다. 시청률은 비록 5% 안팎에 불과했지만 대중의 시선이 쉽사리 닿지 않는 음지에서 활동하는 록 밴드에게 TV 프로그램 출연은 생명의 동아줄과도 같았다. KBS 1TV '탑밴드'에 출연한 4인조 하드록 밴드 게이트 플라워즈 이야기다.
22일 만난 게이트 플라워즈의 보컬리스트 박근홍은 "'탑밴드' 출연으로 가장 달라진 게 있다면 직장을 모두 그만두고 전업 뮤지션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500석 규모의 단독 공연을 매진시킬 만큼의 인지도를 얻게 됐지만, TV 출연 전만 해도 이들은 인디 밴드들 사이에서도 무명 그룹이었다.
얼핏 보면 TV 출연 한 번으로 신데렐라가 된 것 같아 보여도 게이트 플라워즈의 역사는 7년에 이른다. 3년여 전 합류한 유재인(베이스)을 제외한 박근홍, 염승식(기타), 양종은(드럼) 세 명이 처음 만난 것은 2003년경. 각자 다른 밴드에서 활동했던 이들은 2005년 의기투합해 게이트 플라워즈를 결성하지만 별다른 성과 없이 3년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2008년 말 종은이의 제안으로 2009년부터 활동을 재개했지만 지지부진했습니다. 그러던 차에 종은이가 상의도 없이 EBS '스페이스 공감'이 주최한 '헬로우 루키'에 지원했는데 1차 예선에 합격한 거예요."(박근홍)
'헬로우 루키'에서 우승 트로피를 거머쥔 게이트 플라워즈는 2010년 여섯 곡이 실린 미니앨범을 발표하고 이듬해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신인상을 차지하며 주목 받기 시작했다. "상을 받고 한창 기분이 들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음반 판매는 변함이 없고, 객석도 여전히 비었어요"(염승식)
해체 직전까지 간 밴드에게 구세주처럼 등장한 것이 '탑밴드'였다. 심사위원이었던 기타리스트 신대철은 코치로 나섰고, 결국 자신의 기획사로 영입해 정규 1집 'Times' 제작을 총지휘했다. 신대철이 프로듀서로 나선 게이트 플라워즈의 앨범은 얼터너티브 록을 기반으로 블루스, 펑크(funk), 재즈, 포크를 아우르며 보다 넓고 깊게 진화했다. 무엇보다 박근홍의 가사 전달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네 멤버 다 좋아하는 장르는 극단적으로 다르지만, 앨범에 담긴 12곡에는 각자의 취향이 고루 반영돼 있다. "밴드에선 개인적인 취향을 일일이 반영하는 게 힘든데 저희는 서로의 취향을 존중해주는 편입니다."(양종은)
앨범 발매에 앞서 이틀간의 단독공연을 연 게이트 플라워즈는 7월 14일부터 전국 6개 도시 콘서트 투어에 들어간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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