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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키우는 밭, 달걀에서 세포로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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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키우는 밭, 달걀에서 세포로 바뀐다

입력
2012.06.24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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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A(H1N1) 바이러스가 세계를 놀라게 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판데믹(대유행)은 끝났다"고 공식 발표하기까지 1년간 이 바이러스는 214개국에서 발병했고, 최소 1만8,500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 해 5월 국내에서 감염 환자가 나온 후 정부는 백신확보를 위해 전쟁을 치러야 했다. 백신을 만들기 위해서는 청정란(무균 유정란)을 확보해 바이러스를 주입하고 6개월 이상을 기다려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국내 기술진이 '세포 기반' 백신을 개발, 임상시험을 앞두고 있어 조만간 상용화할 전망이다.

백신 생산기간 단축

지금까지 신종플루 백신제작의 첫 단계는 낳은 지 10일째 되는 청정란의 양수(羊水)에 신종플루 바이러스를 주입하는 것이다. 바이러스는 양수를 영양분 삼아 빠르게 증식한다. 며칠 뒤 양수에서 분리한 바이러스를 포르말린 같은 화학약품으로 불활성화한 뒤 조각 낸다. 조각 난 바이러스의 여러 부위 중 백신을 만드는 데 쓰는 건 표면에 있는 헤마글루티닌(HA) 단백질. 이 단백질은 바이러스가 숙주(인체)의 세포에 결합하도록 돕는다. 바이러스가 인체에서 생존하고 증식하기 위해 필요한 필수 부위다. 백신의 HA가 몸 속에 들어오면 인체는 HA의 형태나 기능을 기억하고 이를 물리칠 면역체계를 미리 준비해둘 수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계란 기반' 백신의 문제점은 청정란을 확보해야 하고 바이러스를 주입해 백신을 만드는 데까지 6개월 이상 걸린다는 점이다. 계란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백신을 접종하지 못한다는 것도 한계다.

그래서 백신학자들은 오래 전부터 계란을 대신한 영양배지로 살아 있는 세포를 주목했다. 그 장점은 실험실에서 배양할 수 있으니 계란을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것. 알레르기 문제도 해결되고, 백신 완성 기간도 3, 4개월 정도로 단축된다.

개의 신장세포 활용

현재 국내 제약기업 가운데선 녹십자와 SK케미컬이 이와 같은 '세포 기반'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녹십자는 쥐와 족제비를 대상으로 동물실험(전임상시험) 중이며, SK케미컬은 전임상시험을 최근 끝내고 실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앞두고 있다.

이들 백신은 계란 대신 개의 신장세포(MDCK)를 쓴다. 이들 세포에 주입된 바이러스는 세포 속의 영양분을 빨아먹으며 증식하게 된다. 이후 세포에서 바이러스를 분리해 조각 내는 과정 등은 계란 기반 백신과 같다. 다국적제약회사 노바티스와 박스터는 이미 이와 유사한 방법으로 세포 기반 신종플루 백신을 개발 완료했다고 알려졌다.

경제성 높이는 게 관건

일단 세포 기반 백신 생산 기술을 확보하면 신종플루 외에도 다양한 백신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지금은 계란 대신 쥐의 뇌에 직접 바이러스를 넣어 증식시켜 만드는 일본뇌염 백신도 세포 기반 백신으로 다시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신약 개발에 한계가 많은 치료제와 달리 예방약인 백신은 제약업계의 블루오션이다. 세포기반기술로 백신을 더 쉽고 더 싸게 대량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낮은 수율(收率)은 넘어야 할 산이다. 청정란 1개로는 백신 1인분을 만들 수 있지만, 세포 기반 방식은 이보다 경제성이 떨어진다. 김우주 신종플루 범부처사업단장(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은 "역사가 60년 넘은 계란 기반 백신과 달리 세포 기반 백신은 이제 막 시작 단계"라며 "바이러스가 잘 증식하는 세포와 세포에 감염이 잘 되는 바이러스를 확보하는 게 상용화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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