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간에 전염되는 변종 조류 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H5N1)가 진짜 나올까.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진은 "현재 활동하고 있는 AI 바이러스가 사람 간에도 전염될 수 있게 하는 돌연변이 유전자 가운데 일부를 이미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22일 발행된 국제학술지 를 통해 밝혔다. AI에 걸린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도 AI를 옮길 수 있음을 시사하는 연구 결과라 학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금까지 사람은 닭이나 오리 등 AI에 걸린 조류와 직접 접촉해야만 AI에 감염된다고 알려져 있었다. 실제로 AI에 감염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전염시킨 사례도 없었다.
그러나 지난 5월 미국 연구진이 사람의 호흡기에 잘 달라붙도록 인위적으로 유전자를 조작한 AI 바이러스에 전염력이 센 신종 인플루엔자A(H1N1) 유전자 일부를 섞어 만든 변종 AI 바이러스가 공기 중으로 전염된다는 연구 결과를 영국 과학학술지 에 발표하면서 과학계의 이 같은 통념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당시 연구진은 변종 AI 바이러스를 사람과 호흡기가 매우 유사한 포유동물인 흰담비에 감염시켰다. 변종 AI 바이러스는 흰담비의 몸 속에서 공기 전염이 가능한 형태로 돌연변이를 일으킨 뒤 다른 흰담비에게 옮아갔다.
당시 미국 연구진이 변종 AI 바이러스를 만들기 위해 조작한 유전자는 5가지. 영국 연구진의 이번 논문에 따르면 이 5가지 돌연변이 유전자 중 2개가 현재 활동 중인 일부 AI 바이러스에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영국 연구진은 "돌연변이 유전자 2개를 가진 바이러스가 나머지 돌연변이 유전자 3개마저 갖게 되면 사람 간에도 전염되는 AI 바이러스가 실제로도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AI에 걸리면 고열과 기침, 전신 근육통을 앓다가 심할 경우 폐렴으로 사망한다. 치사율은 50% 이상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03년 이후 AI에 걸린 600여명 중 332명이 목숨을 잃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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