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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가 부러워하는 과학자] <16> 안영숙 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이용삼 충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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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가 부러워하는 과학자] <16> 안영숙 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이용삼 충북대 교수

입력
2012.06.24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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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신 국립기상연구소 황사연구과장이 '역할 모델로 삼은 천문학자'라며 소개한 안영숙 한국천문연구원 창의선도과학본부 책임연구원은 '대중화에 힘쓴 과학자'로 이용삼 충북대 천문우주학과 교수를 추천했다.

지금이야 900볼트 직류전원을 쉽게 구할 수 있지만 1970년대만 해도 그렇지 않았다. 당시 연세대 석사과정에 있던 이용삼(62) 충북대 천문우주학과 교수는 별빛의 양을 재는 측광관측을 주로 했다. 이를 위해선 그 정도의 전원이 필요했는데, 도통 구할 수 없자 이 교수는 '꼼수'를 부렸다. 1.5볼트 건전지 600개를 이어 900볼트를 만든 것. 겨우 설계도만 구한 망원경 부착기기를 만들려고 청계천 상가에서 부품을 구하려 돌아다니는 등 이 교수의 '무모한 도전'은 끊이질 않았다.

그리고 그 도전은 현재진행형이다. 이 교수는 불모지와 다름없는, 우리의 옛 천문의기를 복원하는 연구를 주로 한다. 그의 손을 거쳐 다시 태어난 천문의기만 해도 10여종. 만원권 지폐에 새겨있는 혼천의를 비롯해 간의, 소간의, 그리고 세종 때 만들어진 해시계 현주일구와 정남일구 등이다.

천문역사를 공부해봐서 알지만 옛 천문학책인 등을 들춰봐도 천문의기 제작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삽화도 없다. 한문을 보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 그런데도 이 교수는 감수를 받아가며 한문을 번역하고, 중국 천문의기도 살피면서 하나 둘 복원했다. 서양과학이 중심이 된 오늘날, 국내 전통과학이 잊혀진다는 안타까움도 한몫 했다. 복원에 드는 비용은 대부분 자비로 충당했다. 그는 천문의기 복원을 두고 "춥고 배고픈 분야"라고 말한 적이 있다.

2008년에는 대학원에 대중천문학과를 개설했다. 2000년대 들어 별 관측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면서 국내엔 100여개가 넘는 천문대가 생겼다. 여기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대중에게 올바르고 재미있게 지식을 전달할 수 있는 소양을 길러주는 곳이 대중천문학과다. 기초천문학, 천문관 운영, 천문역사, 역법 등 개설된 전공도 다양하다.

문은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최근엔 한의사 3명이 수료했다. 한의학 고전인 속엔 천문학에 관한 내용이 많이 들어있다. 사람을 하나의 작은 우주로 보는 이 책을 이해하려면 천문학을 알아야겠다고 해서 진학한 것인데, 일반 천문학과라면 진입장벽에 막혀 엄두도 못 냈을 일이다.

이 교수는 올해 9월부터 1년간 안식년을 갖는다. 그 기간 국내 시민 천문대를 돌아보고, 해외 박물관과 과학관에 다녀올 생각이다. 현장의 얘기를 들어보기 위해서다. 조선 세종 때 물시계인 흥경각루를 복원하는 일도 이 교수가 목표로 삼은 것 중 하나다. 정년을 3년 앞둔 노(老) 교수에겐 해야 할 일이 아직도 많아 보였다.

정리=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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