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첫 민선 대통령으로 당선된 무슬림형제단의 무함마드 무르시(61)가 25일 정부 구성에 착수했다. 무르시는 전날 당선 발표 직후 연설에서 "모든 국제협약을 존중하고 모든 이집트인의 대통령이 되겠다"며 평화와 통합을 강조했다. 그러나 취임 선서를 하기도 전에 군부와 마찰하는 등 벌써부터 험난한 행보가 예상된다.
영국 BBC 방송은 무르시가 내각 구성을 협의하기 위해 이날 대통령 집무실로 이동했다고 보도했다. 무르시는 앞서 모든 정파를 아우르는 거국 내각과 여성, 기독교도, 낙선후보 등이 참여하는 대통령직속위원회를 우선 설립하겠다고 약속했다. 무르시 대선캠프 대변인은 "(무르시가) 곧 내각 각료 명단을 발표할 것"이라고 AFP통신에 말했다.
그러나 30일 대통령 취임선서 장소를 놓고 군부와 대립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무르시는 24일 "취임선서는 의회 앞에서 할 것" 이라고 밝혔다. 군부는 앞서 14일 의회 해산 명령을 내리고 임시헌법에 '새 대통령은 헌법재판소 앞에서 취임선서를 한다'는 규정을 넣었다. 무르시가 해산된 의회 앞에서 선서를 하겠다고 밝히면서 군부와 무슬림형제단의 힘겨루기가 시작된 셈이다.
그러나 무르시가 정작 대통령직에 오르면 무슬림형제단의 노선을 그대로 따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무르시는 당선 후 무슬림형제단이 창당한 자유정의당(FJP) 대표직에서 물러났으며, 총리도 형제단 소속이 아닌 인물을 발탁하기로 약속했다. 일례로 그는 당선 후 연설에서 형제단을 언급하지 않은 채 "무슬림과 기독교인 이집트 국민 모두가 힘을 합쳐 국가 단합을 해치는 세력에 단호히 대처하자"고 호소했다. 강경 이슬람주의자인 그가 이처럼 단합을 강조하는 이유는 군부와의 대결에서 힘을 모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무르시는 결선 투표에서 경쟁자 아흐메드 샤피크를 겨우 3.4%포인트 차로 이겼으며 지난해 혁명을 주도한 세력을 대표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무르시 당선에 국제사회는 엇갈리는 반응을 보였다. 호스니 무바라크 시절 이집트의 맹방이던 미국과 이스라엘은 무슬림형제단 정권의 탄생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지만 팔레스타인과 이란은 새로운 관계 구축을 기대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4일 무르시와의 통화에서 "이집트가 민주주의로 전환하는 것을 지지하겠다"며 축하했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 명의로 발표된 성명에서는 "이집트의 새 정부가 역내 평화, 안보, 안정의 주축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는다"며 중동지역 안정을 거듭 당부했다.
이스라엘은 우려를 쏟아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선거 결과를 존중한다"고 밝혔지만 현지 일간 예디오트 아하라노트는 "무르시의 승리가 이스라엘에게는 위험한 상황 전개"라고 보도했다. 또 다른 일간 마리브는 "우려가 현실이 됐다"며 "무슬림형제단이 집권해 평화조약이 불확실한 상황에 놓였다"고 전했다. 반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선거 결과는 모든 아랍과 무슬림의 승리"라며 환영했다. 이란도 새 정부가 "민주주의의 빛나는 장을 열 것"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류호성 기자 rh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